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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비정규직일 때가 나았다"는 KTX 승무원들의 눈물
2006년 거리에서 만난 그들은 비장했다. 정성껏 빗어 올린 머리에 정갈한 유니폼을 입은 그들은 온몸에 쇠사슬을 두른 채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기자에게는 "비정규직 수백 명이 정리해고를 당했는데도 무심하게 떠나는 열차가 이렇게 절망스럽게 보인 적이 없었다"며 "처절하게 저항해도 잘 굴러가는 이 사회에 절망한다"고 호소했다. 바로 KTX 여승무원들이다.

'땅 위의 스튜어디스'로 불리던 이들은 2004년 철도공사 자회사인 홍익회의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2006년 철도공사는 KTX 승무업무를 또 다른 자회사인 코레일관광레저(현 코레일관광개발)로 편입시킨 뒤 이적을 거부하는 280여명을 사실상 해고했다. KTX 여승무원들은 2008년까지 500일 넘게 쇠사슬 농성과 단식농성·천막농성·고공농성·점거농성을 벌이면서 싸우고 또 싸웠다. 요구는 하나였다.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다. 정규직 채용이 힘들다면 계약직으로 놔두더라도 철도공사가 채용하라고 요구했다. 철도공사가 진짜 사용자였기 때문이다.

철도공사는 이들의 요구를 끝까지 외면했다. 그리고 8년이 흘렀다. 코레일관광레저는 코레일관광개발로 이름을 바꿨지만 KTX 여승무원의 노동조건은 8년간 변한 게 없다. 오히려 홍익회 비정규직으로 있을 때가 차라리 나았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은수미·진선미·박수현·이미경 민주당 의원이 마련한 간담회 자리였다.

"3년 전 유니폼을 지급받은 후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정 필요하면 자비로 4만5천원을 내고 사야 합니다." 헤진 블라우스를 들어 보이며 한 승무원이 말했다.

"매주 두 번 두발·손톱·귀걸이·메이크업 검사를 받습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있고 평가에 들어가는 봉사활동도 해야 합니다.”

마음대로 머리를 자를 수도 없다. '탈모'라는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하고 팀장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바지를 입는 것도 금지돼 있다.

여승무원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월 232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근무다. 회사가 ‘휴일 선충당’이라는 이름으로 본인 동의 없이 매월 추가로 1~2일의 휴일근무를 추가로 강제한다. 이를 거부했다가 해고당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노동조건은 열악해졌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KTX 여승무원의 임금은 단 2% 올랐다. 임금과 동시에 근무시간이 늘고 연장수당이 줄면서 사실상 임금이 삭감됐다. 지난해는 경조비마저 사라졌다.

8년 전 철도공사는 KTX 여승무원에 대한 불법파견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자회사 정규직 채용이라는 편법을 썼다. 지금도 KTX 여승무원의 고용상 지위를 둘러싼 지리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2006년 해고된 승무원들이 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2건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은 2011년과 2012년 서울고법이 엇갈린 판결을 내리면서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비정규직이라는 절망의 굴레를 끊어야 할 때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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