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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민주노총 2·25 국민총파업 중간점검] 박근혜 정권이 준 선물, 민주노총 바닥 찍고 올라가나국민총파업 앞두고 분위기 반전 모색 … 농민·빈민·상인·시민들 “적극 참여하겠다”
   
▲ 전규석 금속노조(사진 왼쪽)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방문해 조합원들에게 총파업 찬반투표 가결을 호소하고 있다. 금속노조

“서울을 셧다운 시켰으면 좋겠어요. 청와대를 중심으로 마비시키자고요.”

지난달 27일 저녁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 15명 안팎의 ‘누리꾼’들이 모였다. 이달 25일 예정된 국민총파업과 관련해 민주노총이 마련한 간담회였다.

한 누리꾼은 “서울 시내 30곳을 점거하는 ‘멀티 가투’를 벌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의 국민총파업에 대해 이것저것 요구를 한 참가자들은 “그래도 믿을 곳은 종교단체와 민주노총 밖에 없다”며 “불러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2월25일 국민총파업에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사이버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겠다”고 각자 다짐했다.

같은달 28일 오후.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민주노총과 사단법인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임원들이 만난 것이다. 연합회는 민주노총이 제안한 국민총파업에 대해 “공감한다”며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인태연 연합회 회장은 “상인들이 개별적으로 (정부·대기업과) 싸우다 보니 힘들었는데 민주노총이 중심을 잡아 줘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국민파업위원회(가칭) 발족

민주노총이 이달 25일 파업을 앞두고 세 불리기에 한창이다.

민주노총은 참가 대상을 크게 세 개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 파업에 돌입할 가맹·산하조직,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빈민연합 등 오랫동안 함께한 연대단체, 그리고 촛불시민과 중소상인 등 일반 시민들이다.

민주노총과 농민·빈민단체는 가칭 ‘국민파업위원회’ 구성을 위해 시민·사회단체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12일 국민파업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총파업 요구도 노동기본권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민생·민주주의·공공성·평화통일로 확대했다.

지난달 진행한 누리꾼·중소상공인과의 간담회는 민주노총을 포함해 이른바 ‘민중운동진영’으로 분류되는 단체뿐 아니라 시민·각계각층이 함께하는 총파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들만의 투쟁’으로 전락했던 기존 파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간담회 내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국민총파업을 주도하는 민주노총에 대한 시민이나 ‘을’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촉발된 갑들의 횡포 논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민주노총 총파업을 기대하는 분위기로 모아지고 있다.

파업 동력, 여전히 금속·건설노조 중심

주목되는 것은 국민총파업을 제안한 민주노총과 농민·빈민단체의 움직임이다. 농민단체와 빈민단체는 파업 당일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노점상들이 중심인 빈민단체들은 마차에 국민총파업 홍보물을 게시하는 것과 파업 당일 대규모 사전대회를 개최하는 것까지는 내부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빈민연합 관계자는 “조만간 의결기구 회의에서 노점 철시까지 포함하는 투쟁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11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새 임원이 선출되면 본격적으로 투쟁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총파업을 처음으로 제안한 민주노총은 여러 단체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위의 파업을 보여줘야 하는 처지다. 현재까지 민주노총이나 산별연맹들은 파업에 들어갈 사업장이나 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못하고 있다. 일단 금속·건설노조가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속노조는 17~19일 예정된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파업 수위와 규모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파업돌입을 전제로 찬반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투표 결과에 따라 파업전개 양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28일 민주노총 1차 총파업 대회에 최소 7천명이 상경했던 건설노조도 이달 파업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의료 민영화 반대투쟁을 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는 파업 당일 중앙임원과 지역본부장들이 삭발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150여개 지부장 전원이 삭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동력만을 놓고 본다면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잦은 정치파업을 벌였던 최근 10여년 동안의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른바 민주노총 파업의 ‘주력부대’로 통하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고민이 이를 잘 보여준다. 지부 관계자는 “파업 수위는 조합원들의 정서를 파악해 봐야 결정하겠지만,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만 앞장서는 투쟁이 된다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의 잇단 무리수, 노동계엔 오히려 기회?


지난해 12월22일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를 위해 민주노총 건물에 난입한 것으로 계기로 민주노총은 2·25 총파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관계자들도 25일 파업 한 번으로 노정 간 역학 관계를 뒤집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임금·단체협상이 본격화하는 5~6월을 정점으로 보고 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25일 파업은 2014년 반박근혜 정권 투쟁의 시발점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이후 국민파업위원회를 중심으로 투쟁을 계속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내부 관계자들이나 노동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분위기 반전’이다. 2월 파업투쟁이 최근 10여년간 내부 갈등과 조직력 약화 등으로 떨어질 대로 떨어진 민주노총의 위상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무원노조·전교조의 자격문제, 철도노조 파업 강경대응 등 박근혜 정부의 무리한 노동정책이 이어지면서 민주노총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분위기 변화가 처음 감지된 것은 지난해 11월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였다. 전교조에 대한 노조아님 통보로 노동계 반발이 확산되던 때였다. 당시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최소한 실수 3만명 이상이 모였다”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최대 규모”라고 반색했다.

같은해 12월9일 철도노조가 파업을 들어가자 철도 민영화 반대투쟁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었다. 게다가 경찰의 민주노총 건물 난입,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 실패 등은 정부 규탄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었고 같은달 28일 1차 총파업 결의대회에 10만여명이 운집했다.

지난해 12월 민주노총이 정권퇴진 투쟁을 선언했을 당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노총이 바닥을 찍게 해 준 박근혜 정권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0~11월부터 민주노총의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며 “노동현안에 대해 현 정부가 잇따라 악수를 두면서 대반전이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가 올해 5~6월까지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과 관련한 고용노동부의 노사지도 지침이 나오면서 노동계의 반발이 임단협 시기에 정점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민주노총은 통상임금과 관련해 5월 경고파업과 6·7월 집중파업을 예고했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노동부의 지침으로 노동자들은 벌건 대낮에 수십조원의 임금을 날리게 됐다”며 “정부가 또 하나의 악수를 둔 셈”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28일 민주노총 지도부와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간담회를 열어 이달 25일 총파업 참가 방안을 논의했다. 김학태 기자
민주노총 파업 주목하는 시민들, 연대 폭 넓히는 민주노총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총파업 이후 6년여 만에 정치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노총 행보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어떨까.

지난달 진행된 누리꾼·상인단체와의 간담회를 보면 민주노총 총파업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민주노총은 이달 5일 파업 준비를 계기로 사회단체와의 연대 폭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7일 누리꾼과의 간담회에 참가한 이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직장인이나 대학원생, 또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경제학 공부를 하고 있다”고 소개한 중년의 남성, “(파워 트위터인) 정호희 대변인을 보고 싶어서 왔다”는 아주머니, 걸망을 맨 스님까지 왔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때부터, 또는 지난해에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카페운영 등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대선개입 의혹에 분노한 시민들이 민주노총 파업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다.

“서울을 셧다운 시키는 멀티가투를 벌이자”는 요구부터 “대선 부정선거에 초점을 맞춰 파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했다. “선전·대오·투쟁·쟁취 같은 말은 국민들하고 괴리감이 있다”며 홍보방식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같은달 28일 열린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의 간담회는 민주노총이 민생 문제 해결을 파업 요구안에 포함시키면서 추진한 것이다.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활동하는 대부분의 상공인단체가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가운데,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상공인들의 민주노총’으로 불린다. 대형마트 의무휴무제 도입을 위해 민간서비스연맹과 공동사업을 한 적도 있다. 민주노총 본부와 처음 만나면서 노동자-상인 간 연대를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노동자들의 파업처럼 상점을 대규모로 철시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연합회는 파업 당일 사전집회를 하는 등 국민총파업에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전통시장·중소상점 이용하기, 대형마트 입점반대, 교육사업 등 두 단체의 지역조직 간 교류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인태연 연합회 회장은 “상인들은 보수적이지만 갑들의 횡포 때문에 최근 동요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도와준다면 머지않아 상인들도 민주노총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철도파업을 거치면서 사회연대를 다시 고민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민주노총과 연합회가 함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고 답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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