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23일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을 내놓는다. 노사의 이목이 노동부 지침에 쏠리고 있다.

노동부는 23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지침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권영순 노동정책실장은 “기존 통상임금 산정지침(노동부예규 제476호)이 임금항목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O·X’로 표시한 것과 달리 이번 지침은 지난달 18일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내용을 토대로 상여금과 복지수당 가운데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항목을 설명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 판결 적용시점 논란 불붙나=노동부 지침에 대한 노동계의 최대 관심사는 대법원 판결의 적용시점이다. 노동계는 판결이 나온 다음날인 지난달 19일을 기준으로 판결내용이 적용되는지, 아니면 현행 단체협약이 만료된 뒤부터 판결이 적용되는지 속 시원한 대답을 원하고 있다. 어느 시점부터 판결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임금 소급분 청구시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기존 단협이 만료된 뒤부터 대법원 판결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임무송 근로개선정책관은 “노사 간 합의가 전제된 임단협은 그 유효기간이 끝날 때까지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의미라고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석이 지침에 반영될 경우 기업들은 쾌재를 부르게 된다. 한 대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는 “소급분 지급시기가 새 단협 체결 이후로 미뤄지면 기업으로서는 당장의 비용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임단협을 지연시키며 회사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는 판결에서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합의했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런데 노동부 해석대로라면 지난달 19일부터 기존 단협의 만료일까지는 법원이 강조한 근기법 강행조항이 무력화된다. 근기법 사각지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어디까지가 통상임금인가=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적용범위도 노동계의 주된 관심사다. 어떤 임금항목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다. 하지만 판결을 조금만 뜯어보면 노동자들에게 결코 유리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다. 기업들은 임단협 조항에 ‘퇴직자 일할지급’ 조항을 삭제하거나, 임금 지급대상을 ‘재직자’로 한정하거나, 성과급의 최저기준은 ‘0원’으로 설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통상임금 범위를 줄여 나갈 수 있다. 연봉제 사업장의 경우 이익배분성과금(PS)이나 생산성격려금(PI) 등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임금항목의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판결을 피해 갈 수 있다.

물론 노동계가 사용자들의 편법을 피할 방법이 없지는 않다. 임금항목에서 재직요건을 빼고 퇴직자 일할지급 요건을 추가하거나, 대법원 판결이 강조한 신의칙을 피하기 위해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만큼만' 소급분을 청구하는 방법이다. 결국 노사 간 힘의 관계에 따라 유불리가 엇갈릴 것이라는 얘기다.

노사가 제3의 길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정기상여금의 일부를 기본급으로 흡수하고, 나머지를 비정기상여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또는 법정수당을 포괄임금으로 전환하는 것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임금체계 개편을 동반하는 방식은 단협이나 취업규칙 변경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역시 노사갈등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신의칙'보다 오래된 '비례보호 원칙'=
이처럼 유불리를 단언하기 어려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해 노동계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양대 노총과 주요 산별연맹은 노동부 지침에 따라 세부 대응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이 통상임금의 주요 조건으로 본 ‘퇴직자 일할지급’ 요건에 노동계가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임금의 기본 원칙은 비례보호의 원칙”이라며 “고대로부터 ‘더 일하면 더 받고, 적게 일하면 적게 받는’ 것이 원칙으로 받아들여져 왔고, 이는 법원이 내세운 신의칙보다도 오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연말 보너스의 경우 12개월 만근자는 12개월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10개월 근무자는 그에 합당한 보너스를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유 노무사는 “노동계가 이 같은 대원칙을 간과한 사이, 재직자에게만 각종 금품이 지급되는 관행이 굳어져 왔다”며 “노동계가 올해 임단협에서 사용자에게 일할지급 문구를 명시하자고 강력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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