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익도 없고 명분도 없는 민영화 분할이 추진 중이다. 이에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투쟁이 해를 넘겼다. 여야-노조 간 ‘합의’ 이후 파업에서 현장투쟁으로 전환해 제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다.

노동법에 따른 모든 절차를 준수한 철도노조의 파업을 두고, 정부는 “불법”이라며 생떼를 쓰고 있다. 떼쓰기의 앞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과연 철도노조의 파업은 정권이 선언한 대로 불법인가. 파업권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과연 어떠할까. 국제노동기구(ILO)가 1998년 낸 ‘파업권에 관한 ILO 원칙’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우선 파업권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ILO 협약은 존재하지 않음을 지적해야겠다. 그렇다면 ILO는 파업권을 노동기본권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인가. 물론 그건 아니다. 57년 채택한 <ILO 회원국에서의 반(反)노동조합 법률 폐지에 관한 결의문>은 “(회원국의 법률은) 노동자의 파업권을 포함해 노동조합의 권리를 조금도 제한받지 않고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70년 채택한 <노동조합의 권리와 노동조합의 시민적 자유에 관한 결의문>은 “파업권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포함해 광범위한 의미에서 노동조합의 권리를 보편적으로 완전하게 존중하기 위한 진전된 행동을 취하라”고 ILO이사회에 촉구했다.

그리고 결사의 자유를 명시한 ILO 협약 제87호(1948년) 실현을 위해 구성된 결사의 자유 위원회와 협약 및 권고의 적용을 위한 전문가위원회는 파업권이 노동자들의 기본권임을 누차 확인해 왔다. 물론 ILO의 사용자그룹은 협약 제87호와 단체교섭권을 명시한 협약 제98호(1949년)가 파업권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전문가위원회의 견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그룹의 일부는 파업권을 인정하는 전문가위원회의 견해를 지지하나, 대다수는 ‘노코멘트(no comment)’의 입장이다. 한국 정부도 좋게 해석하면 후자이고, 정확하게 보자면 파업권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파업권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혐오는 파업권을 명시한 대한민국 헌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헌법 파괴행위다.

ILO전문가위원회는 파업의 목적이 “노동자들의 이익을 증진하고 지키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노동조건이나 생활조건의 보장·개선 추구 같은 직업적인 이익, 노동조합 조직과 그 지도부의 권리 보장 및 발전 추구 같은 단체 활동의 이익, 그리고 정치적인 이익을 파업 요구의 본질로 규정한다. 그 연장선에서 전문가위원회는 정부의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이 초래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의 파업도 정당한 것으로 간주한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항의하는 전국 규모의 파업을 불법이라 선포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배하는 것”이라고 위원회는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와 전문가위원회는 철도노조와 같은 공공부문노조의 파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국민 전체 혹은 일부의 생명, 개인 안전 혹은 건강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필수업무(essential services)에 한해 파업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위원회는 해당 범주에 병원·전기·상수도·전화·공항관제탑을 넣고 있다.

반대로 엄격한 의미에서 방송·석유·항만·은행·교육·우체국·조폐·운수 등은 금속·건설·광산·요식업·백화점이 그렇듯이 필수업무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또한 국민경제에 장기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파업을 제한하는 행위는 정당화되지 않음을 강조한다.

파업 시행과 관련해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다음의 전제조건을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파업의 사전 공지 의무 △파업 선언 전에 화해·조정·(자발적) 중재에 의지할 의무 △파업 결정시 정족수를 준수하고 다수의 지지를 획득할 의무 △비밀투표를 통한 파업 결정의 의무 △안전 요건을 충족하고 사고예방을 위한 조치 △특별한 경우 최소업무를 유지 △파업 불참자들의 작업자유 보장이 그것이다.

철도노조 파업은 일반 국민은 물론 철도노조 조합원의 이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경제정책 때문에 일어났다. 철도노조는 대한민국 노동법이 정한 모든 절차를 거쳐 파업에 들어갔으며, 이는 앞에서 설명한 ILO 원칙에도 부합한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조합원 2만1천명 가운데 무려 1만2천 명이 필수유지업무에 투입됐고, 이는 철저히 준수됐다. 국제기준과 국내노동법에 비춰 볼 때, 불법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파업이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박근혜 정권은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낙인찍으면서 권위주의 반노동정권으로서의 자기 본질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널리 알렸다.

이런 정권들 때문에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파업을 불법으로 선언하는 책임은 정부에 있지 않고, 관계당사자들의 신뢰를 받는 독립기구에 있어야 한다. 특히 정부가 분쟁의 당사자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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