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회견은 여러모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이란 점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까 말이다.

결과적으로 ‘소통’과는 거리가 먼, ‘불통’ 대통령의 모습은 더욱 강화된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철도파업을 “불법”이라고 낙인찍으며 지금은 폐지된 순직자 자녀 우선채용 정책을 “고용세습”이라고 말했다. 원격진료 허용·영리자회사 설립 등의 규제완화는 의료 민영화 전 단계로 의심받고 있다. 사회적 대화를 언급했지만 임금체계 개편 등 정부정책 통과를 강조했고 대화의 주체인 노동계를 “불법으로 떼쓰는” 집단으로 인식했다.

지난해 내내 사회적 이슈가 된 국가기관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서는 “소모적 논쟁은 접자”고 일축했고 역사교과서 문제에 관해선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빅 라이(Big Lie)”고 지적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 국민과 불통하며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그의 원칙과 신념일까.

'규제완화'가 아닌 '의료 민영화'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 규제완화를 강조한 것은 의료 민영화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과 같다.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다. 의료비 폭등과 의료양극화,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 붕괴와 같은 의료대재앙을 대통령 스스로 진두지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원격진료 허용·영리자회사 설립·인수합병·부대사업 확대·영리법인약국 허용 등은 영리자본의 이윤추구행위를 허용하는 명백한 의료 민영화 조치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영리자본의 투자대상으로, 돈벌이 대상으로 허용해 주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4차 투자활성화대책의 핵심이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조치로서, 영리자본이 의료를 장악한 미국식 의료제도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의료 민영화 추진이 아니라 62%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90% 수준으로 높여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분의 1 수준의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보건의료산업에 양질의 일자리를 50만개 이상 창출하며, 진주의료원 재개원과 같이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민건강을 파괴하고 건강보험제도를 붕괴시킬 의료 민영화 정책을 전면 중단시키기 위해 조직의 명운을 걸고 국민이 지지하는 총파업 투쟁도 불사하는 전면투쟁에 나설 것이다. 의료에 영리병원이 한 번 들어오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부터 법과 사실에 입각해 비정상을 정상화하길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철도가 고용세습, 방만경영으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공공부문 개혁을 비정상의 정상화로 이야기했다. 2010년 폐지된 순직자 자녀 우선 채용정책을 '고용세습'이라고 사실과 다르게 말하며 공공부문이 방만한 집단인 것처럼 매도했다. 공공기관 수장으로서의 자격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개혁이 필요하다면 하면 된다. 하지만 매번 정권이 공공부문이 마치 우리 사회를 좀먹는 것처럼 매도하며 개혁 운운하는 것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 공공부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민영화하려는 거다. 이를 통해 공공부문 자체를 축소시키려는 것, 그게 진짜 문제다. 박 대통령은 1년 내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로 헤매다가 이제 와서 공공부문 개혁을 내세웠다. 마치 고장 난 레코드를 튼 것 같다. 결국 역대 정권의 잘못된 모습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박 대통령이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불법’이라고 했는데, 법 공부부터 다시 하기를 바란다. 철도노조는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행사했다. 정부가 말하는 '불법'은 노동자와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정당한 주장을 왜곡, 탄압하는 칼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이 해야 할 진정한 '비정상의 정상화'는 정부의 정상화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운영돼 온 지난 1년을 제대로 돌아보고 거기서부터 바꿔야 한다. 국민과 소통 없이 어딘가에 숨어 모든 정책들을 일방적으로 진행한 관행을 정상화하길 바란다. 솔직히 국민이 신년 기자회견을 얼마나 기대하고 봤을까. 그만큼 국민과 멀어져 있다는 것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노조 인정하지 않는 정부, 사회적 대화 가능할까

박태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하고 있고, 한국노총도 노사정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사실상 정부가 사회적 합의의 판을 깬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누구와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는 것인가. 사회적 대화를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아귀가 맞지 않아 보인다.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다수 언론을 통해 확인되는 여론이 그렇지 않은가.

지금의 노정관계 경색국면은 정부가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해서 벌어진 사태가 아니다. 정부는 처음부터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철도노조의 파업이 있기 전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사태가 있었고, 공공부문 노조활동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있었다. 일련의 공통점이 뭔가. 바로 정부가 사용자라는 점이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와 어떤 사회적 대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장외로 나간 노동계를 쳐다보고만 있는 노사정위를 봐도 사회적 대화의 전망은 어둡다.

노동계가 출범 1년도 안 된 정부를 상대로 저토록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민주노총이 총파업과 단식투쟁으로 새해를 연 이유가 뭘까. 경찰의 민주노총 진입사건, 오직 그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이 정부에 아무런 기대가 없다는 뜻이다. 포기했다는 얘기다. 기대가 남아 있었다면 실핏줄 같은 가능성이라도 동아줄 삼아 붙들려 했을 것이다.

과연 올해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궁금한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답은 정동에 있다.

국정원 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

문병호
민주당 의원
(국회 국정원개혁
특위 야당 간사)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으로 국력이 소모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신년 기자회견 발언이 국정원 개혁을 반대하는 것으로 읽혀질까 우려된다. 국정원 개혁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중앙정보부부터 국정원까지 우리의 정보기관은 국내 정보 수집활동과 추악한 정치공작까지도 감행해 왔다. 최근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에 대한 정보수집이나 개입행위, 이재명 성남시장 개인사에 대한 정보수집과 개입행위 등도 드러나고 있다.

현행법에서 국정원은 대공·대테러·방첩·대정부전복·국제범죄조직 등 다섯 가지의 보안정보에 한정해서 국내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회 국정원개혁특별위원회는 앞으로 이 점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국내 국정원 직원들의 활동 범위를 정확하게 하는 내부규정을 만들도록 요구해 나갈 것이다.

국정원의 집행권과 집행 작용을 반드시 분리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다. 기획조정이나 보안점검 등의 집행권은 행정부처가 해야 하는 업무다. 하지만 국정원은 행정부처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이것이 바로 비정상적인 시스템이다. 민주당은 국정원을 민주화 시대에 맞는 정보기관으로 바꿔내도록 노력할 것이다.

편향적 태도로 일관한 박 대통령의 역사교과서 인식

정진후
정의당 의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역사교과서 부분의 이야기는 거짓말이다. 박 대통령은 "일부 교과서에 불법 방북을 처벌한 것을 탄압이라고 표현한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해당 교과서는 지난해 검정과정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 현재는 없는 교과서다. 교학사 역사 교과서 채택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반대편 논리로만 가득한 기자회견을 했다. 심각한 문제다. 교육부는 2013년 한국사 교과서 검정합격 결과를 발표한 뒤부터 현재까지 국정감사를 비롯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의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교학사 지키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왔다. 현재 교학사 교과서는 학교 현장에서 거의 채택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학교 교사 및 학생·학부모·동문 등이 친일 독재미화로 일관된 교학사 교과서 선정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후 교과서를 재선정한 사례들이 속출하자 이에 대해 특별조사를 실시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이것이야말로 학교측에 외압을 가하는 행위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철회한 일부 학교의 경우 학교운영위원장이 교과서 선정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오히려 교육부는 교과서 선정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학교가 없는지 조사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모든 혼란스러운 사태를 초래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사퇴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보수진영은 어느 한 곳의 학교에서라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이 같은 움직임을 감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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