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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공공기관 과다부채·방만경영 집중 분석] '예스맨' 낙하산 인사 심어 공공기관 부채 늘린 정부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실패한 MB 선진화 정책 ‘판박이’
한계희  |  gh1216@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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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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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 소속 노조 대표자들이 지난해 12월11일 오후 제15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던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파부침선(破釜沈船). 지난달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브리핑하면서 사용한 말이다. 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에 구멍을 내 가라앉혔다는 초나라 항우의 고사에서 나온 것으로,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는 뜻이다.

현오석 부총리가 결사항전의 대상, 곧 적으로 지목한 곳은 공공기관이다. 그는 “공공기관의 부채와 방만경영 문제는 역대 정부에서부터 수십 년간 마치 쇠심줄 같이 끈질기게 이어져 온 만성질환”이라고 표현했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과다부채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과잉복지로 국민의 불신과 공분을 샀던 공공기관을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려놓는 종합계획”이라고도 했다.

정상화 대책에는 한국전력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12곳이 과다부채 공기업으로, 한국마사회·지역난방공사 등 20곳이 방만경영 공기업으로 지목됐다.<표1 참조> 정부는 같은달 24일 과다부채 공기업 뒤에 한전의 6개 발전자회사를 포함시켜 모두 18곳으로 늘렸다. 과다부채 공기업은 1월까지, 방만경영 공기업은 3월까지 개선계획을 내야 한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들썩이는 공공기관

지난달 31일 확정된 '부채감축 계획 운용지침'과 '방만경영 정상화 계획 운용지침'에 따르면 과다부채 공공기관은 부대사업을 구조조정하고 필수자산 이외 자산을 매각하는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방만경영 공공기관은 ‘과도한 복리후생’을 공무원 수준으로 축소해야 한다.

현오석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지금은 공공기관 위기상황임이 분명하니 핵심 우량자산부터 팔아야 한다”며 “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산매각손실이나 파업 등에 대해서는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에너지공기업을 중심으로 자산 매각을 비롯한 구조조정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손실이 컸던 해외자산 매각안이 중심을 이룰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핵심 자산이 매각된다는 것은 해당 사업부가 폐지돼 결국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게 뻔하고, 정부가 나서 파업을 무릅쓰고서라도 단체협약에 손을 대라고 요구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연맹 공공기관사업팀장은 “정상화 대책 시행방안은 상당 부분 단협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방만경영 때문에 부채가 생겼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허구적인 데다, 방만경영과 전혀 무관한 노사관계 조항 개정을 사용자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방만경영 사례로 든 ‘노조간부 인사·징계 때 노조의 사전동의’라는 단협 조항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박 팀장은 “부채의 대부분은 정부 탓에 발생했는데 책임은 노동자들만 지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주장하지만 당사자인 노동자들을 겁박할 뿐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는 설명이다. 정부의 주장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은 공기업 노동자뿐만이 아니다. 공기업 개혁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들도 부채의 원인에 대해서는 정부 책임론에 주목한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국가채무 범위와 공기업 부채’ 보고서를 통해 “공기업 부채 가운데 상당 부분이 사실상 정부 책임”이라고 못 박았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정부 사업을 공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며 “공기업 부채가 엄청나게 누적된 원인 중 하나는 정부가 재정자금으로 해야 할 사업을 공기업에게 대행시켜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명박 정부서 급증한 공공기관 부채

'누가 미스터 아프리카입니까?' 2011년 11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누가 미스터 아프리카입니까’에는 박 전 차관이 카메룬과 가나 등 아프리카를 돌며 자원외교를 했던 과정이 담겨 있다. 카메룬에서는 다이아몬드 개발사업, 가나에서는 주택공급사업을 벌였다. 결론적으로 모두 실패했다. 카메룬 사업에서는 추문까지 일었다. 개발사업자인 CNK는 광산개발권을 따내면서 개발권 가치를 속여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외교부 관료가 깊숙이 개입했고, 박 전 차관이 현지를 방문하는 등 연루의혹이 제기됐다.

박 전 차관과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이끌었던 이상득 전 의원도 같은해 7월 ‘자원을 경영하라’는 책을 냈다. 볼리비아 리튬광산 개발사업이나 나미비아 우라늄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를 담았다. 이 전 의원과 박 전 차관은 출범 초기부터 자원외교를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석유·가스 같은 광물의 자주개발률(자원의 수입물량 가운데 자국이 개발·투자에 참여해 확보한 자원의 물량비율)을 높이겠다며 해외자원개발이 붐을 이뤘다.

전력·가스·석유·광물·석탄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의 부채는 2008년 이후 5년간 하나같이 두 배 이상 급등했다. 한국전력은 부채가 2008년 46조9천억원에서 2012년 95조1천억원으로, 가스공사는 17조8천억원에서 32조2천억원으로, 석유공사는 5조5천억원에서 17조9천억원으로 증가했다. 광물자원공사는 5천억원에서 2조3천억원으로 4배 넘게 증가했다.<표2 참조>

투자는 늘었지만 실적은 엉망이었다. 2008년 68.3%였던 투자액 대비 회수액(회수율)은 2012년 30.3%로 하락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추미애 민주당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12개 에너지공기업이 2008년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148개 회사에 22조3천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 중 86개 회사는 적자를 냈고, 5년간 적자기업의 손실총액이 무려 2조8천억원에 달했다.

LH와 수자원공사·도로공사·철도공사·철도시설공단 같은 SOC공기업도 마찬가지다. 보금자리주택 건설사업을 맡은 LH는 이명박 정부 동안 빚이 52조5천억원이나 늘었고, 4대강 사업을 진행한 수자원공사는 11조8천억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이렇게 예금보험공사와 장학재단, SOC공기업 5곳과 에너지공기업 5곳이 이명박 정부 5년간 늘어난 295개 공공기관 전체 부채 203조원의 89%를 차지했다. 늘어난 부채의 대부분은 금융부채였다.

공기업 자체 사업에 의한 빚 29%에 불과

급증한 금융부채 중 공공기관의 자체 사업에 따른 부분은 29%에 불과하다. 감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 감사자료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표3 참조> 감사원은 9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의 원인을 파헤쳤다. 정부 정책사업 수행에 따른 빚이 37.2%, 공공요금 억제에 따른 부채가 14.8%, 해외 자원개발사업 때문에 생긴 빚이 11.1%를 차지했다. 나머지 7.9%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것이다.

감사원은 “기재부도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하면서 공기업이 통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등 정부 정책사업 수행으로 발생한 부채는 부채비율 산정 때 제외하고, 요금통제로 감소한 매출액만큼은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간주해 평가했다”며 “부채는 공기업의 의지와 관계없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에 따른 빚이 급증했다는 것은 다른 방향에서 보면 해당 공공기관이 ‘예스맨’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로 낙하산 인사다. 실제로 부채 상위 12개 기관의 기관장은 여지없이 낙하산이었다. 또 비리사건으로 구속되거나 선거 출마를 위해 자리를 떠난 사람을 제외하고는 3년 임기를 모두 채운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현오석 부총리·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종환 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장관·박영준 전 차관을 ‘공공기관 부채 5적’으로 지목했다. 공대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5년 동안 공공기관 부채가 200조원 가까이 늘었다”며 “공공기관 부채의 주범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부”라고 비판했다.

정부 정책과 낙하산 인사의 합작품

이쯤 되니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주요 12개 기관 금융부채의 하루 이자만 214억원”이라며 “정부가 표적으로 삼은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를 모두 삭감해도 한 해 수백억원 절감에 그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정부 내내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이라고 하면서 공공기관 방만경영 근절 타령을 했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다”며 “기재부 스스로 공공기관의 임금·복지를 총인건비 내에서 철저히 통제했으면서 다시 방만경영이 문제라고 얘기하는 것은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실효성을 의심케 하는 증거는 또 있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3~2017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은 소관 부처에 정책지원을 요청하면서 “자구노력만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명시했다. 석탄공사와 가스공사는 정부 추가 출자를, 한국전력은 전력가격 합리화를, 도로공사는 연간 740억원에 달하는 서울외곽선 무료구간 유료화나 감면통행료 조정을 요구했다. 철도공사는 수송차량 구입비 지원과 공공서비스의무(PSO) 보상 현실화를, LH는 임대주택과 행복주택 지원단가 상향을 요청했다.

박태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가이드라인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사용자인 정부가 노조를 배제하고 부정하면 노정갈등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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