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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노사관계 전망과 변수

2014년이 밝았다. 박근혜 정부 2년차다. 새해부터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달 31일 서울역 앞 고가대로에서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를 요구하며 분신한 시민이 새해 첫날 결국 사망했다. 철도파업은 막을 내렸지만 코레일은 새해 벽두부터 대량징계를 언급하고 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근 설왕설래한 개각설에 대해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는 “개각은 없다”는 아주 짧은 ‘통보’를 하곤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박근혜 정부의 한 단면이다.

올해 노사관계 기상도는 밝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오로지 ‘고용률 70%’만을 외칠 뿐 노사정책에선 ‘불통’의 모습만 보였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정권퇴진의 기치를 올렸고 한국노총은 노사정 대화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통상임금과 임금체계 개편·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을 둘러싼 갈등도 예상한다. 이에 따라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올해 박근혜 정부가 양대 노총을 인정하고 사회적 대화에 나설 것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수고용직·비정규직 정책의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임금·고용 관련한 사회적 대화는 진행돼야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해는 우리나라 고용시스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통상임금과 근로시간단축·정년연장 등이다. 고용시스템이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지속가능하도록 개편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노사정이 큰 목표에 합의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기본급 확대·근로시간단축·시간당 생산성 강화·작업시스템 개편·인력충원 등 논의할 것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고용시스템은 뒤죽박죽이 된다.

큰 변화를 앞두고 각 사업장에서 갈등도 꽤 있을 것이다. 개별사업장의 갈등으로 놔두지 말고 큰 틀의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철도노조 파업을 계기로 노정 관계가 어려워지고 있어 안타깝다.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계속될 것 같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노동계는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는 무기를 갖추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 노정갈등 속에서도 큰 틀의 대화는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가 싸움을 하면서도 고용시스템 변화와 관련된 대화에는 참여를 하는 것이 맞다.

공공·민간부문 갈등 불가피, 노동운동 활로 찾아야

박태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

올해 노사관계에서 가장 큰 갈등이 잠재된 곳은 공공부문이다. 교원과 공무원, 공공기관들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사용자가 정부라는 것이다. 정부가 사용자이면서 기본적으로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결국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취약하고, 갈등의 장으로 만들 것이다. 전교조도, 공무원노조도, 철도공사도 그렇지만 공공부문 개혁을 진행하면서 정부와 노조의 갈등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 정상화대책과 가이드라인이 나왔는데 공통적으로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사용자인 정부가 노조를 배제하고 부정하고 나선다는 것이다. 노조와 단체협상을 하려는 의지가 없고, 있는 단협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민간부문 쟁점도 만만치 않다. 앞으로 통상임금·노동시간단축 이슈가 제기될 텐데 이는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에서 쟁점이 될 것이다. 문제는 쟁점을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져도 사회적으로 풀어줄 기구가 없다는 데 있다. 지난 1년을 지내면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지난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식물 노사정위'인 것이 드러났다. 기대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다. 노동시간단축이나 통상임금·정년연장 문제, 임금체계 개편 문제 같은 첨예한 갈등 이슈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상황은 엄중하고 어렵지만 노동운동은 이를 계기로 다시금 활력을 되찾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 같다. 노조의 일방적인 후퇴나 퇴보만이 아니라 부진을 터는 새로운 계기, 반성하면서 연대할 수 있는 계기다. 지금 노동운동이 살 수 있는 방법이 그 것밖에 없다. 벼랑 끝에 몰렸고, 살기 위해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노동운동을 그렇게 만들 것이다. 시민사회도 노동운동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박근혜 정부, 양대 노총 인정 여부가 관건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박근혜 정부는 보수성향이면서도 집권 초기 경제민주화나 일자리 창출, 노동시간단축 등 개혁적인 노동공약을 내세웠다. 양대 노총 역시 이를 어느 정도 환영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취임 반년 이후부터 경제민주화 대신 경제활성화로 정책기조가 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혁적인 노동정책은 후퇴했고, 방향을 수정하면서 노동계를 포섭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급기야 하반기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하고 철도노조 파업을 거치며 노동을 독자적인 영역이 아닌 경제정책의 하위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올 한 해는 이러한 지형 아래 정부가 노사관계 복원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틀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가 최소한 양대 노총을 인정하고 갈등이 있을 경우 대화로 문제를 풀어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출발일 것이다.

단위 사업장의 경우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로 인해 야근과 특근이 일상화된 자동차·철강·제조업 사업장에서 임금교섭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여금을 어떻게 기본급화할 것인가, 수당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논의가 벌어질 것이다.

또한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부문에 도입되는 정년 60세 연장을 앞두고 사무직종의 사전 구조조정 움직임이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경기불황과 연동해 증권·보험업종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졌는데, 올해는 노조가 없는 다른 사무직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제시한 시간제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냐 또 다른 비정규직 양산 정책이냐 가늠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워킹푸어, 즉 불안정한 노동계층을 위해 어떤 보호장치를 마련할 것인가에도 주목해야 한다.

조직화된 비정규직과 양대 노총 함께하면 희망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박근혜 정부 임기 첫해 비정규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은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 삼성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1천500명이 노조를 설립했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과 인천공항공사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을 보면 비정규직 투쟁이 전보다 활성화된 것을 알 수 있다. 하반기에 전교조 노동기본권 문제와 철도노조 파업 등 큰 노동현안들이 있어서 주목을 덜 받았지만, 비정규 투쟁은 전에 비해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가 부각돼 비정규직 문제가 조금이나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를 늘린다는 엉터리 처방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불통과 맞물려 노사관계 역시 기대를 갖기 어렵다. 비정규 노동자가 늘어나고, 처우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비정규 노동자에겐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노동기본권 문제가 주목받고, 노동문제가 사회문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조직화된 비정규직노조가 양대 노총과 함께 대정부 투쟁에 모일 수 있다면 충분히 희망이 있다.

통상임금보다 비정규직 싸움에 주목해야

임상훈
참여연대 노동사회
위원장

현재 가장 명백한 것은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 드라이브다. 공공기관 부채 문제를 비롯해 정부가 손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노사 간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반면 통상임금은 개별 사업장 임금협상 이슈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통상임금이 올해 큰 사회적 반향을 부를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비정규직이나 영세중소기업 노동자와는 큰 관련이 없는 이슈다. 대기업과 조직된 노동자 간에 충분히 타협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부가 아니라 노동계 스스로 어떤 이슈를 만들어 갈 것인가의 문제다. 올해 6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지방선거를 전후로 노동계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직 등 사회적 약자들의 싸움이 얼마나 지속가능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여러 사회적 현안을 두고 노동·시민사회가 한목소리를 내면서 많은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런 식의 운동노선이 올해도 이어졌으면 한다. 현재 시민·사회단체도 홀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고 노조도 방어하기 급급한 처지다. 현안별 연대를 넘어 사회적 이슈를 함께 만들어 내기 위해 시민사회와 노동이 연초부터 같이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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