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부채를 축소하겠다며 공공기관마다 직원 임금·복지 축소를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공공부문 노동계가 "공공기관 부채의 진짜 원인을 규명하겠다"며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부채 주범은 정책 입안자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공공노련·공공연맹·공공운수노조연맹·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비정상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야 대책 역시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다"며 "공공기관 부채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은 "정부는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부채의 책임을 떠넘기는 파렴치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며 "감사원은 부채의 주범이 누군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은 "공공기관 부채 439조원 중 203조원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늘어난 부채"라며 "공공기관 부채의 책임은 정책을 입안시킨 자들이지 노동자들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정상화 대책에 '낙하산 방지' 없어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부채 원인이 방만경영 때문이라면서 단체협약을 조사하고 노조사찰까지 감행하고 있다"며 "감사원은 정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조사·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완엽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 당선자는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는 공공기관을 무력하게 만드는 낙하산 인사방지 대책은 들어 있지도 않다"고 비판했고, 박용석 공공운수노조·연맹 공공기관사업본부장은 "잘못된 원인 진단은 잘못된 해법을 도출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부채 원인은 정책사업·요금통제·해외사업 등 외부요인

이달 초 발표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보면 정부는 과잉복지와 방만경영을 공공기관의 부채의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6월 감사원이 발표한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 자료 중 2007~2011년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수자원공사 등 9개 공공기관 부채 원인 분석 결과를 보면 정부가 부채의 책임을 애먼 곳에 떠넘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증가한 금융부채(106조2천억원) 중 정부 정책사업(42조9천억원)·공공요금 통제(17조758억원)·해외사업(12조7천800억원) 등 외부요인에 따른 부채가 대부분이다. 반면 공공기관 자체 사업과 관련한 부채는 33조4천억원에 그쳤다. 정부가 공공기관 부채의 원인을 방만경영이나 과다복지로 돌리는 것에 노동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대책위원회를 꾸린 공대위는 이날 감사원 감사 청구를 시작으로 각 사업장 상황과 동향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