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18일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법리를 재확인한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통상임금 산정지침’(노동부예규 제476호)을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22일 “예규를 개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판례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별도의 행정지침을 마련해 조만간 지방노동관서에 배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산업현장의 혼란을 초래했던 기존 예규를 그대로 둔 채 별도 지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예규 제5조의2(통상임금의 판단기준)항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의 범위를 별표 예시로 제시하고 있다. 어떤 임금항목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해당 항목에 ‘○’표시를 해 구분했다. 이번 판례대로라면 정기상여금 항목에 ‘○’ 표시를 하는 예규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노동부 통상임금 예규가 법리적으로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이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별도의 지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규성 논란을 빚은 기존 예규를 먼저 고치기보다는, 통상임금의 정의규정을 명확하게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며 “법을 고친 뒤 예규를 개정하는 것이 옳은 수순”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업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판례의 취지를 반영한 별도 지침을 마련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노동부가 기존 예규를 고수하자 산업현장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25일 각 기업의 급여일이 집중돼 있는 가운데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고, 벌써부터 일부 기업은 정기상여금의 변동상여금 전환이나 초과근로수당을 무력화하는 포괄임금제 도입을 검토하는 등 편법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동부와 전문가로 구성된 임금제도개선위원회의 임금체계 개편안 발표는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임금제도개선위는 추가 논의를 벌인 뒤 이르면 다음달 말쯤 최종안을 마련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로 넘긴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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