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단위노조에서 문의전화가 많이 와요. 대부분 3년치 소급을 못 받게 되는 거냐고 토로합니다. 당장 오늘부터 연장근로수당을 어떻게 산정해야 하냐는 문의도 많이 있고요."

한국노총의 화학노련 간부의 말이다. 19일 상당수 상급단체들은 전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과 관련해 빗발치는 문의전화를 받으면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양대 노총은 이날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 해설과 후속대책을 산하조직에 내려보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통상임금 대응지침과 별도로 임금체계 개편지침을 마련해 추후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통상임금 범위와 관련한 노사 간 각축전은 내년 임금·단체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만큼 당장 이달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다음달 임금에 산정되는 초과근로수당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상임금 소급 분쟁, 늘어날까 줄어들까=가장 논란이 큰 지점은 3년치 추가임금 청구에 대한 신의칙 제한이 어떻게 되느냐다. 민주노총 법률원과 금속노조 법률원은 "추가임금 청구시 신의칙의 원칙은 정기상여금에만 적용되며,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제외하는 합의를 했더라도 추가임금을 청구했을 때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사정이 있는 경우로 한정된다"고 밝혔다.

신인수 변호사는 "추가임금 청구가 무조건 신의칙에 반하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요건에 해당돼야 한다"며 "신의칙 적용요건을 엄밀히 분석해 법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은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과 기업에 초래될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들어 추가임금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재계의 입장이 반영된 정치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형동 변호사는 "법원 판결로 통상임금 소급 청구에 대한 사업장의 혼란이 더 커졌다"며 "대법원이 밝힌 신의칙 적용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이 사용자측에 있는 만큼 통상임금 소송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달 임금명세서 잘 살펴야=한국노총은 이날 배포한 통상임금 판결 후속대책을 통해 "정기상여금을 포함한 시간급 통상임금을 재산정하라"고 주문했다. 적용시점은 법원 판결이 나온 날부터다. 당장 이달 근로의 대가로 받는 임금부터 정기상여금이 포함한 법정 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김형동 변호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회사가 통상임금을 재산정하지 않고 기존대로 지급하면 체불임금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연장근로나 휴일근로가 줄어들 수도 있다. 사용자측이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과근로를 기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금체계 개편 노사정 논의 힘들 듯=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노사정 논의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가 임금제도개선위원회에서 정부안을 내놓고 노사정 논의에 부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노사정 합의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한국노총이 임금체계 제도개선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현재도 유효하다"며 "이미 사업장에서 통상임금 범위 재조정에 성공한 케이스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내년 임단협에서 패턴교섭을 통해 임금체계 개편논의를 이끌어 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도 통상임금 관련 판결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내년 임단협 지침에 반영할 계획이다. 김은기 민주노총 사회공공성본부 국장은 "법원에서 불필요한 분쟁을 조장한 만큼 내년 임단협에서 사측이 임금체계 개악안을 가지고 나올 공산이 크다"며 "임금체계 개편 사례를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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