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이행점검을 명목으로 '과다부채·방만경영'으로 지목된 공공기관에 매일 노조동향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공공노련·공공연맹·공공운수노조연맹·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11일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서 과다부채(12개)·방만경영(20개) 관리대상으로 지정된 기관에 "정상화 대책 이행현황을 조사하니 해당 양식을 작성해 매일 오후 4시까지 담당자 이메일로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기재부가 이메일로 첨부한 '정상화대책 이행현황 양식'을 보면 기관들이 작성할 내용은 크게 △내부 회의 △외부 발표 △노조 동향으로 나뉜다. 내부 회의란에는 부채감축 자구노력·과도한 복리후생 시정활동·단협 개정 등 정상화 대책 이행을 위한 내부 논의내용 및 논의계획을 작성하고, 외부 발표란에는 정상화 대책 이행과 관련 보도자료 배포 등 외부발표 내용 및 계획을 적시하도록 했다. 노조 동향도 살피게 했다. 정상화 대책과 관련한 노조의 외부발표·집회 등 활동현황·계획을 파악해 제출하도록 했다.

이 같은 이행현황 보고는 기재부가 32개 기관에 내년 1월 말까지 정상화 계획을 제출하도록 한 계획의 후속대책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3분기 말 정상화 이행실적 중간평가를 실시해 기관장 해임 건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공대위는 "정부가 공공기관 부채 책임을 노동자들에 떠넘긴 데 이어 노조 사찰까지 감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송민우 공공노련 정책실장은 "기재부가 노조에 지배·개입해 탄압하겠다는 의도를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연맹 공공기관사업팀장은 "정상화 대책과 관련해 노조의 활동현황을 파악한다고 하지만 결국 기재부가 노조를 사찰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런 식으로 노조 뒤를 캐지 말고 정상화 대책을 놓고 노동계와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20일 오후 세종시 기재부 항의방문을 통해 노조사찰 중단을 촉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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