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사가 있는 미취업여성 84%가 시간선택제 취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취업여성 3명 중 2명은 시간선택제로 전환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미취업여성 1천명과 취업여성 500명을 상대로 ‘여성 시간선택제 일자리 수요조사’를 벌여 11일 발표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유념할 대목은 설문단계에서 응답자들에게 정부가 강조해 온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개념을 충분히 인지시킨 뒤 질문을 던졌다는 점이다. “주 40시간 미만 근무하며 전일제 근로자와 균등하게 대우받는 근로형태”라고 설명한 뒤 취업의사를 물은 것이다. 그 결과 취업의사가 있는 미취업여성의 84%가 희망 근로형태로 시간선택제를 택했다. 전일제를 선호하지만 시간선택제로 일할 수 있다는 답변은 8.6%, 전일제로 일하고 싶다는 응답은 7.4%에 그쳤다.



취업여성, 시간선택제 희망임금 월 180만원



설문을 진행한 김영옥 여성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반인들에게 시간선택제라는 용어가 낯설기 때문에 용어설명을 한 뒤 설문을 했다”며 “용어설명 없이 조사를 진행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기존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 인식을 감안할 때 시간선택제에 대한 설명 없이 설문이 이뤄졌을 경우 부정적 응답의 비율이 높아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취업여성과 달리 현재 취업상태인 여성의 경우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시간선택제로 전환하거나 이직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33.0%에 그쳤다. 취업여성 3명 중 2명은 시간선택제로 갈아탈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취업여성들은 시간선택제 전환에 따른 애로사항(5점 척도)으로 △임금감소(4.12점) △승진·배치 등 인사상 불이익(3.62점) △중요도 낮은 업무배정(3.30점) △고용불안(3.24점) 등을 꼽았다.

미취업여성과 취업여성은 희망임금에도 차이를 보였다. 미취업여성이 시간선택제 채용시 바라는 임금수준은 △80만~100만원(39.5%) △100만~150만원(25.0%) △50만~80만원(23.6%)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취업여성들의 희망임금은 월평균 180만원으로 조사됐다. 김영옥 책임연구원은 “취업여성들은 육아를 비롯해 다양한 어려움을 감수하며 노동시장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라며 “시간선택제로 전환되더라도 현재의 임금수준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업들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할 때 여성들의 현실적 요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공공부문 시간선택제 평균시급 '4천860원~7천500원'



현실은 어떨까.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참여연대가 이날 근로복지공단·코레일유통(주)·한국과학기술원·한국도로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시간선택제 채용률이 높은 공공기관 5곳을 대상으로 ‘공공부문 시간선택제 일자리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대상자의 99.1%가 비정규직이고, 전문직과 연구직을 제외한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평균시급이 올해 법정 최저임금인 4천860원에서 7천500원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일제 근로자와 균등하게 대우받는 근로형태”라는 정부의 홍보문구가 무색한 상황이다.

올해 3분기 기준 기획재정부 소속 공공기관의 시간선택제 채용규모는 6천683명이다. 이 중 참여연대가 조사한 시간선택제 채용 상위 5개 기관의 채용인원은 4천80명이다. 이들 가운데 채용시부터 정규직 시간선택제로 채용된 인원의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노동자가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노동시간을 선택한 경우도 1%에 못 미쳤다. 전일제로 고용된 노동자가 개인의 필요에 의해 시간선택제로 전환한 비율 역시 0.7%에 그쳤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현재 근무 중인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조사 결과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 여성의 경력단절,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소하는 최우선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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