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주주총회 참가를 막으려 납치를 시도했다"고 주장한 노동자를 상대로 KT가 제기한 1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기각됐다.

8일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달 2일 KT가 류아무개(55)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송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원심의 사실관계 판단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아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KT 금천지사 직원인 류씨는 2011년 3월11일 열린 KT 주총에 참석하고자 전달인 2월에 연차휴가를 신청했다. 그런데 3일 후 금천지사는 휴가승인을 취소하고 주총 하루 전날인 3월 10~11일 이틀간 회사 교육에 참석하라고 지시했다. 류씨는 "교육 후 숙소에서 쉬던 중 직원 4명에 의해 차량에 강제로 태워졌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고 언론에 제보했다. KT는 "류씨가 허위사실을 제보해 회사에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를 저질렀다"며 손배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법은 "류씨의 주장이 허위사실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금천지사 팀장이 류씨의 거부에도 교육 참석을 이유로 휴가승인을 취소한 사실 △류씨가 오랜 기간 주총 등에 참석해 회사측과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해 왔다는 점을 들었다. KT는 이에 항소했으나 올해 7월 항소심 역시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류씨는 "지금은 퇴임한 이석채 회장이 들어선 후 KT는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고액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판결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돈으로 제압하는 행위에 쐐기를 박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건을 대리한 조현주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류씨의 주장을 허위라고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1심 판결이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며 "대기업이 개인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걸고 무리하게 항소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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