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정부가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의사단체가 대대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청진기로 상징되는 전통적인 대면진료 체계가 무너져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다.

여기에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유지현)가 가세했다. 유지현(45·사진) 위원장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신문대로 프레스센터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원격진료는 의료민영화의 서두인 만큼 산별노조 차원의 문제”라며 “의료상업화 저지를 위해 주도적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보건복지부는 의원급에 한해 부분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는데.

“반대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핑계다. 원격진료가 의료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IT 대기업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제도라는 게 정설이다. 삼성이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포스트 스마트폰' 시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의료민영화 시대가 되면 삼성생명-삼성의료원으로 이어지는 이익구조가 형성된다.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일부 허용하는 국가가 있긴 하다. 미국처럼 워낙 땅덩어리가 넓어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곳 말이다. 그런데 공공병원에 한해서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시범적으로 운영하지만 여러 부작용을 감안해 공공병원에서만 한다.”

- 정부는 병원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복지부는 2009년에도 울릉도를 예로 들며 원격진료 필요성을 얘기했다. 이는 오히려 벽지 국민을 의료서비스에서 소외시키겠다는 정책이다. 원격진료가 가능하니 알아서 사진 찍고, 알아서 진료를 받으라는 얘기다. 그러한 사회적 비용으로 섬마을에 공공보건소를 짓고 의사를 보내는 것이 제대로 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관련 의료기기 가격이 100만원에서 150만원이나 한다. 국민의 의료비용도 증가할 것이다.”

- 의료사고 증가에 대한 우려도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의사 면허가 있는 복지부 서기관을 만나 물었다. 의사의 양심을 걸고 데이터만 보고 진단할 수 있냐고. 못한다고 하더라. 복지부는 당뇨·고혈압 등 몇몇으로 원격진료 대상을 한정한다고 하지만 이 병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다. 합병증은 대면진료를 통해 환자의 생활습관이나 전체적인 신체 컨디션을 면밀히 점검해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 피상적인 데이터에 의존하는 원격진료로는 불가능하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더 큰 문제다. 데이터를 측정한 환자·의료기기 제조사·1차 판독의사·2차 처방의사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 노조는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는데.

“메디텔(의료관광 호텔)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시행령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건강관리서비스법안과 영리병원허용법안 차례다. 모든 게 이명박 정부 때 저지했던 것들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 원격진료 예고 이후 급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내년 3월까지 의료민영화를 위한 모든 제도를 세팅해 놓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 병원노동자 고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국민한테 편리한 것인데 노조라서 일자리 걱정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까 봐 조심스럽다. 하지만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의사단체가 반대하는 이유는 원격진료가 병원양극화를 심화시켜 중소 병·의원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병원이 문을 닫으면 간호사·간호조무사·의료기사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

- 노조의 요구와 향후 투쟁계획은.

“원격진료를 허용할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해야 한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사는 국민을 위해 국가가 병원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공공의료기관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간호사·의사·약사 등 의료인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병상수와 의료기구·장비는 몇 배가 많다. 단계적으로 전국민 주치의제도를 도입해 병상수를 줄이고 예방의학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의료산업 정책을 경제부처가 주도하고 있다. 의료를 상업화하겠다는 뜻이다. 내년부터 이러한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에도 의료법 개정에 반대해 파업을 벌인 적이 있다. 당장의 이해관계를 떠나 의료상업화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산별노조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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