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유지현)가 전남대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등에서 여성유방암 환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대해 21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을 신청했다. 병원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직업성 암을 이유로 집단 산재신청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에 따르면 200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남대병원에서 일하는 12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유방암에 걸렸다. 이 중 9명은 전·현직 간호사들이다.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연령대별 유방암 유병률(인구 10만명당 발병자수)은 전 연령에 거쳐 한국여성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한국여성 연령대별 유방암 유병률은 20대 14명(0.014%)·30대 179.4명(0.179%)·40대 705.5명(0.706%)·50대 1천113.4명(1.113%)이었다.

그런데 전남대병원의 경우 30대 전체 간호사 503명 중 3명(0.596%)이 유방암에 걸려 한국여성 평균보다 3.3배 높았다. 50대의 경우 70명의 간호사 중 3명(4.285%)이 유방암 진단을 받아 한국여성 평균의 3.8배에 달했다.

노조는 월 60시간을 초과하는 야간노동과 불규칙한 3교대 근무 등 직업적 특성이 평균을 웃도는 유병률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발암물질 노출도 문제다. 노조가 최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함께 전남대병원에서 수집한 70여종의 물질 중 성분명이 같거나 유사한 36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에서 IARC(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유방암 영향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산화 에틸렌이 검출됐다.

노조는 이번 조사에서 암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각종 항암제 취급 과정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유해물질 노출로 인한 발병 가능성이 더욱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근로복지공단을 찾아 이무개씨(35)를 포함한 3명의 유방암 발병 조합원에 대해 산재요양을 신청했다. 유지현 위원장은 “병원 노동자들은 24시간 운영해야 하는 사업장 특성상 야간노동과 교대근무로 죽어 가면서 일하고 있다”며 “이번 집단 산재신청은 견딜 만한 교대근무를 도입하고 유해물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자는 뜻으로, 당국의 조속한 역학조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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