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단축법을 연내에 통과시키지 않고 논의를 더 하겠다”는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을 둘러싸고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 여부에 노사정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 위원장은 21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국회에 근로시간단축 법안들이 올라와 있지만, 실제로 제도가 시행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검토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내용의 대책 마련을 주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용부담과 인력부족을 호소하는 중소·영세기업과 소득감소를 우려하는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대책 마련이 법 개정보다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 위원장은 “노동계 대표와 중소기업 사용자, 미조직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신 위원장의 돌출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된다”고 본 법원의 판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구고법이 올해 1월과 9월, 서울고법이 올해 6월 이러한 내용의 판결을 잇따라 내놓은 상태다.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보자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나온 고등법원 판결의 쟁점은 대동소이하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그동안 휴일근로수당만 지급해 온 사업장에 “연장근로수당도 중첩해 지급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이므로,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중첩해 200%(통상임금 100%+연장수당 50%+휴일수당 50%)를 지급하라는 것이다. 해당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통상임금 소송 못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다. 법원이 이들 판결을 수용할 경우 연장근로시간과 휴일근로시간을 별도로 보고 있는 노동부의 행정해석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민주당으로서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당정협의에서 합의한 법안을 다루지 않으면서 시간을 버는 쪽이 정치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법안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사용기한을 확대하는 등 노동시간단축의 의미를 저하하는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며 “판결이 확정되면 법을 고치지 않고 정부의 행정해석만 바꾸면 되는데,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법안을 무리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노동부는 신 위원장의 발언에 비판적 견해를 보였다. 최현석 노동부 임금근로시간개혁추진단 팀장은 “행정해석을 변경하게 되면 그 효력이 즉각 발생하기 때문에 근로시간단축에 따른 산업계의 부담이 가중된다”며 “법 개정으로 기업 규모별로 시행시기에 차등을 두고, 비용부담이 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노사 단체의 반응은 엇갈렸다. 금속노련과 금속노조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와 국회가 장시간 노동을 근절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도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장시간 근로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기업들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제도 시행에 앞서 충분한 여론수렴 의지를 밝힌 신 위원장의 발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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