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보는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급성 허리디스크에 걸리면 업무상질병으로 볼 수 있다는 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이 나왔다.

근로복지공단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위원장 전호동)는 어립이집 보육교사 이아무개씨가 공단에 산재요양을 신청한 ‘요추 제4~5간 추간판탈출증’과 ‘요추 제5~천추1간 추간판탈출증’을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씨는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30까지 근무하며 2~5세 유아를 돌보는 일을 했다. 주 1회 2시간 연장근무를 하고, 학기 초와 학기 말에는 주말근무도 했다.

어린이집의 특성상 모든 가구와 화장대·세면대·변기 등이 어린이의 신체구조에 맞춰져 있어 이씨는 업무 중 허리를 숙이는 일이 잦았다. 허리를 굽힌 채 아이들을 지도하거나, 밥을 먹이거나, 씻기는 일을 했다.

이씨는 또 하루에 30~40회 15킬로그램이 넘는 아이들을 안아서 달랬다. 아이들이 울면서 발버둥을 치면 팔과 허리에 무리가 갔다. 2010년 3월 보육교사로 입사한 이씨는 올해 3월 허리통증이 심해져 공단에 산재요양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경인질판위는 “MRI상 급성 추간판탈출증 소견이 확인되고, 과거 허리 부위에 대한 진료를 받은 사실이 있지만 보육교사 업무가 증상을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켰다고 판단된다”며 “업무와 상병 간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사건을 대리한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보육교사들은 어린이집 원장과의 종속적 관계로 인해 일하다 몸이 상해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며 “이번 판정의 의의는 저임금을 받으면서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보육교사의 근골격계질환이 산재로 인정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허리디스크가 산재로 인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허리디스크를 퇴행성질환으로 볼 여지가 크고, 질병을 유발할 정도로 보육교사의 업무강도가 세지 않다는 판단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허리 관련 부상이나 질병으로 산재가 인정된 어린이집 종사자는 올해 1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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