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국가정보원과 군부의 선거 개입은 국가기관의 정상적인 행정행위로 두둔하면서 봐주기로 일관하는 작태다. 국정원과 군부의 정치 개입은 합법적인 업무이고, 노조의 정치개입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라는 투다. 하지만 이런 정부·여당의 공세는 국가기관과 행정조직을 선거에 악용한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숨기려는 전형적인 물타기에 불과하다.

국정원은 뭐하는 곳인가. 국정원은 개인들의 자유로운 결사체가 아니다. 국정원은 헌법이 보장한 결사의 자유를 누리는 곳도 아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하나의 행정조직에 불과하다. 헌법과 관련법은 국정원 직원들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국정원 직원들은 자기가 하는 공적인 업무에서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 편파적으로 행동하거나 특정 정당에 유리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법률이 그러함에도 다수의 국정원 직원들이 상급자의 명령에 따라 지난해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국가기관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스스로 내팽개치고 법치주의를 깔아뭉갠 것이다. 이 때문에 전 국정원장인 원세훈은 구속됐고, 정치개입과 선거부정이라는 불법을 자행한 국정원 직원들은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헌법이 규정한 정보기관의 역할과 위상을 훼손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국가조직을 특정 후보와 정당의 사조직으로 전락시켰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박근혜 정권 들어 정부·여당이 이러한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단죄하기는커녕 이를 비호하는 데 앞장선다는 사실이다.

노동조합은 뭐하는 곳인가. 노동조합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나 행정조직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 스스로 낸 회비로 운영되는, 노동자의 이익을 개선하고 권리를 보호하는 자주적인 결사체다. 그 목표는 노동자의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지위를 향상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우리 헌법은 노동자들에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부여한다. 노동자들의 지위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사를 돌아보면 노동운동이 단순한 선거 개입을 넘어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로 나아간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노동당·사민당은 모두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역사적 산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만난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노총 산하 노조들로부터 선거운동 지원을 받았으며, 엄청난 액수의 선거자금을 받아 선거운동에 사용했다. 또한 미국의 핵심정보기관들인 CIA나 FBI가 오바마 당선을 위해 뛴 적도 없다.

전공노와 전교조를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나 행정조직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두 조직이 공무원과 교원이라는 직업을 가진 노동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조직된 노동조합임을 부정하는 사람도 없다. 물론 두 노조의 조합원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하지만 그 월급은 자기의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받는 정당한 것이다. 노동조합으로서 두 조직은 자기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정치세력화를 추구할 자유가 있으며, 당연히 각종 선거에 개입할 권리를 갖는다. 민주사회에서 그 대상은 새누리당일 수도, 민주당일 수도, 통합진보당일 수도, 혹은 독자적인 노동자정당일 수도 있다.

국기기관과 행정조직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자기 업무와 활동을 빙자해 국고로 명품핸드백을 사는 행위와 그 공무원이 자기가 번 월급으로 명품핸드백을 사는 행위는 명백히 다르다. 전자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불법인 데 반해, 후자는 개인의 선택과 자유에 따른 합법적인 소비행위다.

지금 정부·여당은 전공노와 전교조 같은 자주적인 결사체의 자발적인 대선 참여를 국정원과 국방부 등 국가기관의 불법행위와 똑같이 낙인찍는 우민화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결과 정보기관의 정치공작이 되살아나고, 이십 년 전 김영삼 정권이 확립한 군부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가 훼손당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부가 관리·감독해야 할 정치적 중립성은 국가기관과 행정조직에 적용할 원칙이지, 노동자들의 자율적 결사체인 노동조합에 강요할 것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민주화 이후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권하에서 자유민주주의 원칙이 위협받고 있다. 자율적 결사체로서 전공노와 전교조는 정치적 중립성을 취할 의무가 없다. 회원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노조조직으로서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국가기관인 국정원과 국방부는 정치적 중립성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 이게 자유민주주의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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