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국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장)

지난 13일 서울행정법원 제13행정부(재판장 반정우 판사)는 고용노동부의 전국교직원노조 ‘노조 아님’ 통보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효력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가 국내외적 비난에도 ‘기필코’ 빼앗으려고 시도했던 법내노조의 지위를 최소한 본안소송 1심 판결선고시까지 유지하게 됐다.

재판부는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외노조 통보 때문에 여러 학교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확산돼 법적안정성을 해치고 학생들의 교육 환경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지 않을 경우 공공복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고 본 것이다.

노조의 자주성과 존립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해고자 규정을 거꾸로 자주적인 노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수단으로 삼으려던 정권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법의 이름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려던 일방통행식 통치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린 셈이다.

하위 법률이 헌법을 부정하는 위헌 상태

집행정지의 긴급한 필요성 여부와 관련해 재판부는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이 유지될 경우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에 의해 적용이 배제되는 노동운동 금지규정(국가공무원법 제66조1항과 사립학교법 제55조)이 적용돼 실질적인 노조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는 점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의 한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법외노조 통보로 인해 전교조가 교원노조법상의 노조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 단순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보장되는 권리 일부만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교원노조법에 의해 적용이 배제되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1항과 사립학교법 제55조의 효력이 되살아나 ‘노동운동과 공무 외의 모든 집단행위가 금지’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재판부는 이 점을 ‘실질적인 노조활동의 제약’이라는 표현으로 정확하게 지적했고 언론은 그 의미를 간과해 버렸다. 노동 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33조가 있음에도 하위 법률인 국가공무원법 제66조1항과 이를 준용하는 사립학교법 제55조에서 교사·공무원에 대해 노동운동과 공무 외의 집단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특별법 형태인 교원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을 통해 예외적으로 엄격한 조건을 갖추는 경우에만 노동운동을 허용하는 참으로 기괴한 법적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교육부가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에 따라 모든 법적 효력을 부정하고 불법단체로 몰아가려 한 것은 바로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상의 원칙적 노동운동 금지규정에 바탕을 둔 것이다. 하위 법률이 헌법의 기본권을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위헌적 법률 상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교사·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은 언제든지 부정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 하겠다.

법외노조 통보조항, 법률 위임 없이 위법한 시행령

나아가 재판부는 ‘본안 청구의 승소가능성’이라는 제목하에 본안과 관련해 법률적 쟁점이 될 점들에 대해 매우 절제된 방식으로 견해를 밝혔는데,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노조법 시행령 제9조2항이 노조법 제2조4호 단서(노조 결격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노조로 보지 아니한다는 단서 조항)의 시행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을 구체화하고 그 절차를 집행하기 위한 것인지(집행명령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피신청인(정부)은 노조 결격사유가 존재하면 노조법 제2조4호 단서조항에 의해 법외노조로 보는 법적 효과가 곧바로 발생하고 이에 따라 노조법 시행령 제9조2항의 규정은 법외노조라는 사실을 알려 주는 절차와 방법을 정한 집행명령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법외노조 통보조항인 노조법 시행령 제9조2항은 노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규정이므로 집행명령이 아닌 이상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따라 법률의 위임을 받아야 함에도 법률의 위임도 없이 행정입법으로 만든 위법한 시행령이라는 주장에 상당한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결격사유 존재한다고 법외노조화 동의 안 해

둘째, 전교조 규약 중 해직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 부칙 규정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이 적법하다고 한 2012년 1월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재판부는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이 적법함에는 의문이 없으나, 그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노조법 제2조4호 단서에 따라 법외노조로 보는 효과가 발생하는지는 이 판결에서 확정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즉 노조법 제2조4호 각 목(노조 결격사유)에 해당하면 문언에 따라 곧바로 법외노조로 볼 것인지, 아니면 이 규정 각 목에 해당하더라도 이 규정과 노조법의 입법목적·취지 및 내용에 비춰 실질적으로 노조의 자주성을 해할 경우에만 법외노조로 볼 것인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노조 결격사유가 존재하기만 하면 곧바로 법외노조로 보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피신청인(정부)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가 동의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조법은 노조 결격사유로서 사용자의 이익대표자의 가입이 허용되는 경우,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등을 열거하고 있는데 이는 노조의 자주성·주체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형식적으로 해석해 한 명의 결격자라도 노조에 가입해 있으면 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노조의 법적 지위를 부정해 버린다면 노조의 자주성 보호 규정을 근거로 거꾸로 자주적인 노조 자체를 부정해 버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그 부당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해직교사와 일반 실업자 지위 다르게 볼 수 있나

셋째, 재판부는 교원노조의 특수성과 교원노조법의 입법목적·연혁 등에 비춰 볼 때 일반적인 노조와 교원노조에 대해 노조법 제2조4호 단서를 달리 해석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또한 교원노조법은 교원 지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노조법의 특별법 형태로 제정된 것이고 현직교원만으로 교원노조 구성을 제한하려 한 것이라는 피신청인의 주장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직교사의 교원노조 가입자격과 관련해 과연 일반 실업자나 해고자의 지위와 다르게 판단할 특수성이 존재하는지, 해직교사의 조합 가입 자격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는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당사자들에게 석명을 요구한 바 있다.

실제로 1998년 1기 노사정위원회와 1999년 2기 노사정위원회에서는 교원노조의 결성권을 인정하고,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 인정과 연동해 해직교사의 가입자격을 해결하는 것으로 합의한 사실에 비춰볼 때 해직교사의 교원노조 가입 자격과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자격을 다르게 취급할 의도를 두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고, 현재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자격이 판례와 실무에 의해 인정되고 있는 점 등을 재판부에서 두루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교사·공무원 단결권 온전한 보장 위한 법 개정 시급

이러한 쟁점들은 결국 본안소송에서 결론을 맺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전체 조합원의 0.015%에 불과한 해직자의 노조 가입과 활동을 이유로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려는 정부당국의 태도는 교사·공무원의 노조결성권을 인정하기로 한 96년의 국제적 약속과 해고자를 포함한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자격을 인정하기로 한 98년과 99년의 노사정 합의에 대한 배임행위이자 직무유기다.

더욱이 노조의 자주성을 보호하기 위한 노조 결격사유 규정을 이유로 단결권 자체를 부정해 버리는 것은 법치를 가장한 국가의 폭력, 다시 말해 ‘법률적 불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의 자의적인 법적용에 맞서 교사·공무원의 단결권을 온전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사·공무원의 노동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의 규정을 삭제하고 해고자를 포함한 실업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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