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박근혜 정부가 공안정국을 계속 이어 가는 이유는 뭘까. 정말 진보진영 일부에서 비판하듯 유신시대와 유사한 영구집권 전략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유신시대와 같은 독재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 국가권력의 민주화가 아직 제한적으로 이뤄진 탓에 최근 국가정보원이나 검찰의 행태에서 볼 수 있듯이 집권세력의 의도에 따라 주요 국가기관들이 노골적으로 정치화되기도 한다. 민주화의 수준을 선거가 아닌 국가기관들의 민주적 운영 정도까지 확장한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대에 민주화가 후퇴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현재 시대를 신유신시대로 규정하고 반독재 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세에 대한 과도한 규정이다.

노동운동 차원에서 보자면 정권의 통치스타일이나 노동정책보다 민주노조운동의 구조적 취약점이 노동운동에 대해 반복되는 탄압을 초래하는 배경이 아닌가 한다.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에 대한 탄압을 보면 정권의 심각한 전략적 판단보다도 마치 공안정책의 꽃놀이패처럼 노조탄압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특히 민주노조의 사회적 권리들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지난 십수 년간 진행된 정권의 노조탄압은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창조컨설팅의 80년대를 방불케 하는 노조와해 전략에도 누구도 처벌된 사람이 없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특별법상의 노조인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를 탄압하고 있지만, 조만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적용 노조들도 손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십수 년간 증명된 바는 노조탄압으로 인해 정권이 위태로워지거나 심각하게 위협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민주노조는 어떻게 현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까. 사실 민주노조는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투쟁하고 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를 당당히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했고, 가스·KTX 등 민영화 절차가 진행 중인 사업장의 노조에서도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몇 년째 제자리인 비정규직 대책에 학교·인천공항 비정규 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했으며, 건설노조 역시 자본의 반격을 격퇴할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아무리 정권의 탄압이 드세다지만 민주노조는 싸울 자리에서는 분명하게 투쟁을 조직한다.

하지만 이러한 투쟁과 함께 놓치지 말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정권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조직노동의 투쟁이 조직노동의 투쟁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노동자의 조직화로 이어지는, 바로 투쟁의 확장성에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탄압은 보다 집요하고, 근본적일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조 역시 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노조의 힘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조직노동의 완고한 투쟁과 동시에 새로운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전략적인 투자를 확대하고, 이 과제를 민주노총 70만 조합원 모두가 자신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화를 통한 확장 가능성 정도에 따라 정권과 자본의 탄압 수위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87년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이제 박근혜 정부의 탄압을 규탄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절규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 전 조합원이 당당하게 뭉쳐 또 다른 70만을 조직하겠다고 선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예컨대 산별조직들이 민주노총 위원장이 밝힌 200억원 조직화 기금을 결의하는 것이다. 탄압의 일선에 있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어차피 박근혜 시대에 ‘법내’로 들어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런 만큼 진취적으로 비정규직까지 조직 확대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 금속노조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삼성전자에 민주노조 깃발을 꽂아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전자산업 40만 노동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해 보는 것이다.

민주노조가 탄압을 방어하는 데 급급하지 않고 오히려 조직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지금 시기 1천800만 노동자가 바라는 일일 것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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