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시 직지농협에서 24년간 일한 김미숙(46) 과장은 최근 3~4년 사이에 겪은 일을 떠올리면 자다가도 깜짝 놀라 깬다. 부당발령·횡령누명·해고 등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그를 덮쳤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나온 소문 때문에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일한 곳에서 범죄자 취급에다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전국농협노조 대구경북본부(본부장 직무대행 신석운)는 "2010년 3월 하아무개 직지농협 조합장(54)이 재임한 뒤 노조 조합원인 김 과장에 대한 노동권 탄압이 지속되고 있다"고 4일 주장했다. 하 조합장은 선거 과정에서 오랜 기간 여성복지사업을 담당한 김 과장이 자신과 맞붙었던 상대편 후보편에 섰다고 오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과장은 하 조합장 취임 이후 사소한 꼬투리와 험담을 견디지 못하고 같은해 6월 지점발령을 요청했다. 그러자 직지농협은 김 과장에게 여성복지사업과 무관한 공동선별장 청소·마트 물품관리 일을 맡겼다.

게다가 직지농협은 그해 12월 김 과장이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편도선 절제수술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이 조합장 특명감사를 진행하고 마트 물품(휴지 60세트)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듬해 1월 김 과장에게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대경본부는 이를 김 과장을 괴롭히기 위한 누명 씌우기로 보고 있다.

정현태 대경본부 총무국장은 “김 과장의 전임자가 (거래업체로부터) 덤으로 받은 휴지세트를 따로 관리했는데 이게 전산상에 잡히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직지농협은 이 사실을 모두 파악하고서도 김 과장을 괴롭히기 위해 횡령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업무복귀 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 과장은 직지농협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농민과 조합원과의 대화까지 막자 절망감을 느끼고 2011년 5월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자 직지농협은 이를 이유로 김 과장에게 또다시 3개월 대기발령을 내렸다. 그해 9월에는 앞선 횡령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지난해 1월 김 과장을 해고했다. 한 달 후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직지농협은 지난해 12월 증거를 보완해 횡령혐의로 김 과장을 재차 고발했고, 이마저도 무혐의로 불기소 처리됐다.

직지농협은 검찰 수사를 전후해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과 민사소송에서 해고무효 판결이 내려지자 9월에 김 과장을 복직시켰다. 하지만 직지농협은 복직 후에도 김 과장의 업무공간을 격리하고 생소한 업무를 맡기는 등 변함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과장은 “회사가 신용기획과장이라는 경험이 전혀 없는 업무를 맡기고 다른 직원들의 업무협조도 막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무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자 외부감사를 요청하고 시말서를 22번이나 쓰게 했다”고 주장했다.

직지농협 관계자는 “감사 결과와 농협 내규를 근거로 김 과장에게 횡령에 따른 징계를 내렸고, 검찰 수사도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무혐의로 판정이 난 것일 뿐”이라며 “구성원 모두에게 상황에 따라 업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김 과장이 자신만의 생각에 파묻혀 과장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