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서유럽 방문길에 올랐다. 프랑스·영국·벨기에·유럽연합(EU)을 차례로 방문한다. 청와대는 “경제·통상·투자 확대 및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추진에 있어 최적의 파트너인 이들 국가들과 신성장동력을 함께 창출하기 위한 가능성을 적극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고 ‘신성장동력’ 하며 거창하게 떠들기 전에 이들 나라에서 교사와 공무원의 노조활동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둘러보고 그녀의 반노조 시야를 교정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배워 오면 좋겠다.

우선 국가권력이 법과 시행령으로 누구는 노조원이 되고 누구는 안 되고를 정한 나라가 있는지, 그게 자유민주주의를 한다는 나라에서 가능한 일인지 배워 오면 좋겠다. 둘째, 해고자가 노조임원이나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국가권력이 노조를 법외화 혹은 불법화하는 게 가능한지 배워 오면 좋겠다. 셋째, 노동조합의 정당 지지활동과 정치 참여를 부정하고 불법행위로 낙인찍는 나라가 있는지 배워 오면 좋겠다.

새누리당은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 대선 참여를 정보기관과 군부의 부정선거 조작보다 더 심각한 사인이라며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공무원단체나 개별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하자 새누리당과 정부는 잘 짜진 각본이라도 있는 양 '좌파 공무원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2일자 프랑스 르피가로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야당으로부터 권위주의 체제 회귀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새 정부가) 권위주의로 돌아간다는 주장은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야당이 주장하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게 권위주의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저는 어떠한 사심도 없이 오로지 국민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대통령이 됐다"고 말했다.

르피가로 인터뷰는 한때 ‘수첩공주’라는 별명을 가졌던 박 대통령의 정치적 무식을 잘 드러낸다. 권위주의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노조나 교사노조의 정치 참여를 '좌파 공무원'으로 매도하는 것이 권위주의다. 국가권력이 법과 시행령으로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이 권위주의다. 행정부가 노조활동을 이유로 공무원과 교사를 해고하는 게 권위주의고,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고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무원노조와 교사노조를 '법외노조'로 만드는 것이 권위주의다.

국가정보원과 군부의 대선개입은 별 문제가 아니라며 미적거리고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은 문제 삼는 행위 자체가 권위주의다. 지금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전공노와 전교조를 상대로 저지르고 있는 행위 자체가 권위주의인 것이다.

사실상 권위주의를 넘어 파시즘적인 권력 행사를 자행하고 있으면서도 박 대통령과 그녀를 둘러싼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세우고 있다고 우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자유민주주의 타령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민주주의 앞에 붙은 '자유'가 민주주의를 살리는 자유가 아닌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자유란 무엇인가. 결사의 자유·양심의 자유·의사표현의 자유가 기본이다. '자유'민주주의자라는 자들이 정권을 잡은 대한민국에서 자유는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가. 공산당 결사의 자유도 아닌 노동조합 결사의 자유마저 위태롭다. 자신이 속한 노동조합을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마저 반국가적 불법행위로 매도당하고 있다. 공무원과 교사도 국민이건만 자신의 정치적·사상적 양심을 포기하라고 국가가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 나라를 자유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는커녕 자유주의마저 무너져 내리는 나라를 두고 권위주의라고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나라를 권위주의로 불러야 할까.

박 대통령이 조금만 관심을 쏟는다면, 자신이 순방 중인 나라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잘 알게 될 것이다. 우선 국가권력이 법과 시행령으로 누구는 노조원이 되고 누구는 안 되고를 정한 나라는 없다. 이건 자유민주주의를 한다는 나라에선 불가능하다. 둘째, 해고자가 노조임원이나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국가권력이 노조를 법외화 혹은 불법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셋째, 노동조합의 정당 지지활동과 정치 참여를 부정하고 불법행위로 낙인찍는 나라는 없다. 불행하게도 이런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이를 정부·여당이 주도한다. 이런 나라가 권위주의 국가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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