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부터 이틀간 중국의 고도 난징에서 열린 한중 노조 임금·단체협상 심포지엄. 한계희 기자
▲ 한계희 기자

“책임은 태산처럼 무겁고 갈 길은 멀다. 우리는 시종일관 인민과 함께 마음을 맞추고 동고동락하며 인민과 함께 단결노력하고 밤새 일해 역사와 인민에게 합격점을 넘는 답안지를 제출하자.”

지난해 11월7일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8기 1중전회)에서 시진핑 총서기(현 주석)가 취임연설에서 명명한 답안지는 4개월여 만인 올해 3월1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의 꿈’이 그것이다. 전인대에서 국가 주석에 취임한 그는 일성으로 “전면적인 소강(小康)사회 건설과 부강한 민주문명을 갖춘 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을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만간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시진핑 시대 10년의 청사진이 제시된다. 9일 열리는 공산당 18기 3중전회에서다. '소강사회'와 '조화로운 사회주의'는 청사진의 핵심어가 될 전망이다.

소강사회는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이 제시한 개념이다. 국민의 일상생활에 여유가 있는 상태를 뜻하지만 실상은 부국강병에 대한 소망을 표현한 것이다.

조화로운 사회주의는 전임 후진타오 주석이 집권 10년 동안 내세웠던 고속성장 과정에서 뒤처진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계승한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소강사회가 사실상 대외적인 수사라면, 조화로운 사회주의는 중국 내부의 모순을 극복해 이루겠다는 실천의지를 담고 있다.

‘중국의 꿈’ 내건 시진핑 시대, 노조가 움직인다

조화로운 사회주의의 키워드는 격차 해소다. 실행은 중화전국총공회(중국총공회)가 마련하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중국총공회 관계자는 “18기 3중전회에서 총공회가 제안한 최저임금 인상과 농민공 소득 증대, 부동산 가격 안정, 양로보험 확대 방안이 다뤄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중국이 안고 있는 격차 문제의 해법을 총공회가 제시하고 중국 지도부가 이를 수용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총공회는 리젠궈 현 주석(의장)이 후진타오 주석 시절 중국공산당 최고 권력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냈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총공회가 10월18일 개최한 전국대회에서 내세운 화두인 ‘노동자의 꿈’은 우연히 나온 얘기가 아니다. 시진핑 주석이 설파한 ‘중국의 꿈’의 부문별 실천요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총공회는 ‘노동자의 꿈’을 향후 5년의 사업목표로 정했다.

이달 29일부터 이틀간 중국의 고도 난징에서 열린 한중 노조 임금·단체협상 심포지엄에서 장궈센 총공회 국제연락부 부장이 그 윤곽을 보여 줬다. 주요 내용은 △중국의 꿈 실현을 위해 노력 △권익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조 건설 △농민공 문제 해결 △경제개발구역이나 공단구역 등 중점관심지역에 대한 조직 강화 △사회보장과 법제 개선을 통한 소득분배 문제 개선 등이다.

한중 노조 임금·단체협상을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의 노사발전재단과 중국총공회가 주최하고 장쑤성(江蘇省)총공회가 협찬했다.

중국총공회의 사업목표는 조직화와 임금수준 향상으로 요약된다. 중국총공회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조직화와 임금수준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임금·단체협상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젠궈 총공회 단체계약부 부장은 “최근 조사에 따르면 노동자 10명 중 7명은 임금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적의 채널로 노조를 찾거나 임단협 협상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단체교섭 급증 … 중국총공회, 산별교섭 추진

노조를 결성하고,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임금수준을 높이는 첩경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 역시 같은 생각이다. 장젠궈 부장이 ‘중국 단체협상의 추진, 발전 동향 및 대책’ 발제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중국 기업에서 체결되는 임단협은 최근 몇 년 새 그야말로 폭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중국에서 전국적으로 체결된 단체협약은 224만3천건으로 2008년에 비해 102%나 증가했다. 단체협약을 적용받는 노동자는 2억6천700만명에 달해 2008년보다 78.7% 늘었다. 임금협약은 122만8천건으로 같은 기간 무려 194.5%, 적용 노동자는 1억5천만명으로 194.1% 증가했다.

이런 성과는 뒤에는 중국 정부가 버티고 있다. 후진타오 정부 시절이던 2011년 3월 전인대에서 확정한 제12차 5개년(2011~2015년) 규획강요(12·5 규획)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12·5 규획에서 중국 내 기업의 80%가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올해 10월 현재 70% 가량의 기업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총공회 스스로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성과는 분명했다. 특히 중국에 진출해 있는 세계 500대 기업은 모두 단체협약을 맺고 있다. 시진핑 정부도 단체협상을 중요하게 여긴다. 18기 1중전회에서는 “기업의 임금·단체협상 제도를 추진해 노동소득을 보호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교섭에 대한 중국총공회의 고민은 한발 앞서 있다. 초점을 업종별 교섭 도입에 두고 있는 것이 그렇고, 교섭 대상을 농민공과 파견노동자로 확장하려는 것이 그렇다. 농민공은 농촌에서 도시로 진입한 노동자를 말한다. 저임금 등 매우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어 중국에서 사회문제화된 지 오래다. 파견노동자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이나 농민공 유입, 고용유연화 진행으로 6천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 노동계약법의 파견 관련 규정을 개정해 규제할 정도로 열악한 상태에 빠져 있다.

장젠궈 부장은 “업종별 협상은 상하이에서는 택시업, 산시성에서는 석탄업처럼 도시급에서 몇몇 업종만 벌이고 있어 아직 초기 수준”이라며 “업종별 협상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탐색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총공회는 2천명 수준인 협상 전문가를 1만명까지 양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최저임금 제도 강화했지만 격차 못 좁혀

중국은 경제의 고성장과 함께 높은 임금인상률을 보였다. 사회평균 임금 증가율은 2007년과 2009년 13%를 넘었고, 매년 10% 안팎에 이른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은 적은 임금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전국 근로자 인력조사 통계 결과’에 따르면 "적은 소득 때문에 압박을 받는다"는 비율이 21.1%로, 높은 병원치료 비용(15.3%)이나 주택가격 상승(15.2%)·자녀교육(13.8%)보다 훨씬 높았다.

실제 임금수준도 낮다. 2011년 중국 정부의 ‘전국 노동자 임금 분포상황 조사’에서는 전체 노동자의 45%가 최저임금 수준을 맴돌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그중 5.4%는 최저임금 미만이었다.

중국 정부는 전반적으로 낮은 임금수준을 높이는 방안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93년 제정한 ‘기업최저임금규정’을 강화해 왔다. 2004년에는 최저임금 기준을 적어도 2년에 1회 이상 조정하도록 했고, 2011년에는 최저임금 수준이 도시노동자 평균임금의 40% 이상 되도록 규정했다. 장쑤중 총공회 보장사업부 처장은 “40%를 목표로 삼았지만 이를 달성한 곳은 없다”며 “실제로는 30% 수준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고용노동부 격인 인적자원사회보장부 소속 노동과학원임금연구소의 왕샤 부연구원에 따르면 각 지역별 최저임금 수준은 현격하다.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상하이시는 연 평균 17.8% 상승해 월 1천620위안(1위안=180원가량)을 기록했다. 반면 간쑤성(980위안)·구이저우성(930위안)·장시성(870위안)은 1천위안을 밑돌았다. 이 밖에도 장쑤중 처장의 분석에 따르면 임금격차는 양태가 매우 다양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도시 민간기구 연평균 임금이 비민간기구 재직노동자의 61.4%에 불과했고, 파견노동자는 급여가 정규직의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왕샤 부연구원은 “최저임금 제도는 저소득 노동자가 경제성장의 성과를 공유하도록 해서 소득격차를 좁히는 데 유리하고 사회적 공정성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임금격차를 좁히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와 노사가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해 최저임금을 심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 장젠궈 부장·장쑤중 처장·왕샤 부연구원 외에 장쑤성총공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장쑤성 노사관계에 대해 발제했다. 한국측에서는 김성진 노사발전재단 본부장과 김태룡 한국노총 노사대책국장·하상우 한국경총 경제조사팀장이 한국의 교섭현황과 최저임금에 대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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