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에 의한 자주적·자립적·자치적 경제활동을 추구하는 노동자협동조합의 설립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노동계의 고민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소장 이남신)가 30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노동자 협동조합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월례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송용한 센터 정책연구위원은 “노동자협동조합이 자본에 대항하는 대안적 경제조직의 한 형태로 제시돼 왔으나, 실제로는 대안조직이 아니라 협동조합이라는 제도에 의해 노동이 제도적으로 관리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동자협동조합이 노동조합운동이 포괄하지 못한 영역의 노동자들을 조직하거나 이들에게 자립적인 경제기반을 제공하는 기능을 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자본이나 판로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경영관리기술이 부족해 자본에 맞서기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정작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문제가 은폐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수고용직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송 연구위원은 “형식적으로 개인사업자 지위를 갖고 있으나 실질적 관계에 있어 종속관계에 있는 특수고용 형태의 노동자가 ‘사업자협동조합’을 설립할 경우 이들의 실질적 노동문제가 은폐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 △노동자협동조합 조합원의 개별 노동관계법상 근로자성 문제 △노동자협동조합의 운영 및 관리·책임의 문제 △협동조합원이 노조를 설립하고 단체협상을 요구할 경우 노사관계의 문제 △근로조건 저하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뒤 지난달까지 2천740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이 중 노동자협동조합 비중은 7.9%, 평균 설립자수는 8명, 평균출자금액은 1천563만8천원이다. 송 연구위원은 “협동조합이 지금처럼 영세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소규모 영세사업장 형태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노동자협동조합은 대자본에 대한 대항은 고사하고 영세하청기업으로 존립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려면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조직 간 연대, 노동조합에 의한 집단적 힘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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