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법률원)

노동자의 투쟁에 각종 업무방해와 손해배상 청구 그리고 용역깡패가 등장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것처럼 돼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밖에도 자본은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노동현장에서도 노동자들의 단결을 방해하고 노동자로의 자존감을 낮아지게 만드는 여러 노동탄압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 노동현장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 관리·통제 전략이 스며들어 있는지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사업을 여러 단체 사람들과 함께 진행하면서 ‘아! 현장은 각자 다르지만 노동자를 탄압하고 통제하려는 자본의 전략은 동일하구나’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각 사업장 현장에서 벌어지는 자본의 노동자 통제전략을 유형화해 보자.

우선 노동자를 노동조합에서, 현장에서 분리하는 전략이 사용되고 있었다. 이는 단결권 무력화로 이어진다. 각종 감시장비를 동원해 감시하고, 조합원 스스로 눈치를 보며 노조사무실 출입을 자제하게 만들거나, 아예 노조사무실로 가는 통로를 막아 사업장에서 투쟁의 구심점인 노조를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탈퇴하지 않은 조합원에게 각종 불이익한 처우를 하는 방법이 있었다. 복수노조 사업장의 경우 민주노조를 탈퇴하고 어용노조에 가입할 것을 종용하고 단일노조 사업장의 경우 노조를 탈퇴할 것을 강요했다. 조합원뿐 아니라 조합원의 가족·친지를 동원해 회유하기도 했다.

나아가 일상적인 현장에서도 노조와 노동자를 감시하기 위해 용역경비를 상주시키거나 CCTV를 설치목적과 다르게 사용해 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이를 징계근거로 사용하면서 조합원을 징계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를 통제했다. 자연스럽게 노조 활동과 노동자 개개인의 활동을 위축시켰다.

마지막으로 근로계약서상 명시된 업무 외에 각종 지역 봉사활동과 대민활동을 시키고 이를 인사고과에 반영했다. 법에 보장된 교육시간을 활용해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퍼트렸다. 교육을 받는 과정 중에 또는 각종 봉사활동, 사회 봉헌활동을 하는 중에 자아(自我)를 노동자로 인식하기보다는 한 기업의 일원으로서의 근로자로, 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시민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기업의 발전과 사회안정을 우선되는 가치로 생각하게 만드는 노동자 정서순화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다.

위와 같은 자본의 다양한 노동통제 행위는 결국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부정·침해하는 행위로 매우 위법하다. 또 민주노조 활동을 탄압하고 노동자들을 고립시키는 사용자의 각종 행위는 모두 노조 가입 혹은 노조 활동을 방해·금지시키는 행위다. 노조 조합원임을 이유로 한 불이익 취급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1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현장에서 노조 조합원임을 이유로 비조합원과의 차별이 존재한다면 이는 헌법상 평등권 침해행위다.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진정의 대상이 된다.

물론 노조가 법률에 의존해 모든 사항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용자의 탄압에 대해 공세적으로 대응하여 이런 부당노동행위의 상황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노조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노동탄압에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입증자료를 수집해 추후에라도 법률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하고 사용자가 이를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 등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한 경우라야 하며, 그 사실의 주장 및 입증책임은 부당노동행위임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있다”(대법원 1996. 9. 10 선고95누16738 판결)고 판시했다. 부당노동행위를 당한 노동자나 노조가 직접 입증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입증자료 수집은 매우 중요하다.

이제부터라도 현장에서 발생하는 노동탄압에 대해 노조 차원에서 항의공문을 발송해 보자. 조합원에 대해 어떠한 차별행위와 감시가 이뤄지고 있는지 상세한 일지를 작성하고 조합원들의 진술서를 모아 보자. 사용자가 면담을 핑계로 조합원과 얘기하면서 노조 탈퇴를 회유한다면 녹취를 해 보자.

노조의 이런 대응만으로도 현장의 분위기는 많이 바뀔 것이다. 나아가 이렇게 모인 증거를 가지고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통해 앞으로의 부당노동행위를 방지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현장에 소리 없이 도입돼 노동 3권을 파괴하는 각종 노동자 통제전략과 부당노동행위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자. 그래야 현장의 노동통제를 없애고 자주적·민주적인 '우리의 현장'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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