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희 기자
노조간부들이 22일 아침 일찍 경기도 남양주시를 찾았다. 노조사회공헌연대회의(준)의 첫 번째 사회공헌활동을 위해서다. 연대회의 소속 황원래 한국노동복지센터 이사장은 “노조가 사회적기업을 찾아 재생컴퓨터 생산을 체험하고 구매해 남양주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황 이사장은 “취약계층을 돕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함으로써 노조가 사회공헌활동에 기여하고 사회적기업과 상호연대의 토대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대회의에는 노동복지센터와 전국우정노조를 중심으로 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 양대 노총 산하 19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노조들의 사회공헌활동을 조직적·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다. 올해 5월부터 준비모임을 해 왔다. 내년 2월 정식으로 출범한다.

남양주시 진건읍에 위치한 한국컴퓨터재생센터에 도착하자 구자덕 대표가 참가자들을 맞았다. 이곳은 쓰지 않는 불용컴퓨터를 재활용하는 사회적기업이다. 구 대표는 “불용컴퓨터가 450만대쯤 나오는데 그중 재생률은 10%에 그친다”며 “재활용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취약계층에게 컴퓨터를 보급해 자원을 절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을 견학하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지난달 16만원 주고 컴퓨터를 수리했는데 여기서 재생컴퓨터를 20만원에 살 걸…”하는 아쉬운(?) 소리도 나왔다.

참가자들은 견학 후 컴퓨터 분해와 외관 청소작업을 체험했다. “컴퓨터 안엔 고철·플라스틱·금이 있어 버릴 게 없다”는 구 대표의 말에 “금 찾아보자”는 참가자들의 너스레가 이어졌다. 세척제를 사용해 조심스럽게 컴퓨터 외관의 스티커를 떼어 내고 글씨를 닦던 최연규 노동복지센터 나눔기획실장은 “2008년 체신청 컴퓨터라고 써 있는데, 이거 우정노조가 청소해야겠네”라며 웃었다.

송미숙 우정노조 여성본부장은 "직접 생산활동을 해 보고 기증도 해 보니 노동의 가치를 새삼 느낀다"며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추진해야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로 이동해 남양주사회적기업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컴퓨터를 기증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사회적기업 4곳 대표가 참석해 노조와 사회적기업 간 연계방안을 논의했다.

권용식 남양주시사회적기업협의회 사무국장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선 노조와 사회적기업은 다르지 않다”며 “이번 모임을 시작으로 서로 동등하게 협력·발전할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전칠기를 만드는 ‘나누리’의 김경훈 대표는 "판로 개척이 가장 어렵다"며 "노조가 물건을 구입할 때 사회적기업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채희경 금융노조 대외협력부장은 “지난달 터키 손님이 와서 한국 전통공예품을 사 갔는데 나전칠기를 국제연대사업에 활용하면 좋겠다”며 “오늘 보고 배운 게 많다”고 말했다.

이상원 한국노총비정규직연대회의 의장은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매년 노조들이 찾아오는데 노조가 사회적기업을 이해할 수 있는 체험코스를 인근에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이 밖에 노조 회의 때 도시락 배달이 되는지, 행사 때 대량 주문도 가능한지, 품질은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참가자들은 기증식이 끝난 후 결식아동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에서 제공하는 점심식사를 함께하고 모임을 마무리했다.

연대회의는 다음달 14일에는 노동복지포럼을 열어 구체적인 연대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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