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최근 업무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아무개 기관사의 죽음과 관련해 공공운수연맹 서울도시철도노조(위원장 이재문)가 22일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방지 대책만 제대로 이행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라며 "연이은 기관사들의 자살사고를 방치하고 있는 김기춘 공사 사장과 이희순 운영본부장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공황장애를 앓던 고 이재민 기관사가 목숨을 끊자 서울시 지시로 설치된 지하철최적근무위원회는 올해 3월 "1인 승무체계 운영을 재고하라"는 내용을 포함한 7개항의 권고안을 냈다. 하지만 공사는 아직까지 권고안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올해 초 노사가 합의한 기관사 처우개선 관련 19개항(이행 7개·미흡 4개·불이행 8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문 위원장은 "최고경영진이 의지가 없는데 합의안을 잘 만들면 뭐 하냐"고 반문한 뒤 "더 이상 기관사들이 죽지 않도록 서울시가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특히 "공사가 유족보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정 기관사의 죽음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사측은 고인이 업무상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살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은 공사의 이 같은 태도에 반발해 아직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고인의 부인인 이아무개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과도한 업무에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 노력했던 기관사의 죽음 앞에 회사는 무책임한 태도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눈물을 쏟았다.

한편 7호선 기관사였던 고인은 평소 가족들에게 1인 승무와 지하터널 공포, 수동운전·SR전동차 운전에 대한 스트레스를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에도 자살을 시도했던 그는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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