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는 가능할까. 필자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대통령선거 때나 당선 이후를 보면 박근혜를 둘러싼 사람들과 정부 관료들은 뛰어난 작명가라는 생각이 든다. ‘반듯한’이란 말은 참 괜찮은 말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물체나 생각이나 행동 따위가 비뚤어지거나 기울거나 굽지 아니하고 바르다”, “생김새가 아담하고 말끔하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바른 일자리, 아담한 일자리, 말끔한 일자리, 비뚤어지거나 기울거나 굽지 않은 일자리를 누구나 바란다. 한영사전에서 ‘반듯한’을 찾으니 good·regular·straight 같은 영어가 뜬다. 한마디로 좋은 일자리(good job), 정규직 일자리(regular job)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반듯한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반듯한 일자리’의 전제는 노동조합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좋은 일자리의 전제조건은 무엇인가. 첫째, 노동조합에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느냐다. 둘째, 제대로 된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느냐다. 셋째, 하는 일이 안전하고 일터의 환경이 쾌적하냐다. 넷째, 사회보장과 기업복지의 혜택을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느냐다. 다섯째,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의미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중요한 정책의 입안과 집행 과정에 참가할 수 있느냐다. 여섯째, 무엇보다 노동자의 자기실현에 이바지함으로써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일정한 경력과 자격의 소유자라면 적절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 전일제 일자리에서 시간제 일자리로 혹은 시간제 일자리에서 전일제 일자리로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이 모든 기준을 가로지르는 핵심은 첫째 기준, 즉 노동조합에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느냐다. 시장경제에서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힘이 없다면, 나머지 조건들은 지속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만들려는 시간제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다. 전일제 일자리를 하다가 출산이나 육아 등의 개인사정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채용 자체를 시간제로 하는 ‘시간제 일자리를 위한 시간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하는 일을 살펴보면 허드렛일이 대부분이다. 시간제를 하다가 전일제 정규직으로 전환이 가능할까. 물론 불가능하다. 시간제 노동자는 시간제로 일하다 시간제로 계약을 종료할 뿐이다. 시간제로 입사했다가 전일제로 전환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필자가 시간제 일자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전일제를 하다가 개인 사정이 생기면 자유롭게 시간제를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제로 채용됐지만, 자격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고 전일제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필자가 고용기간의 정함이 있는 유기계약 일자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 인생계획에 따라 무기(無期)가 아닌 유기계약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간접고용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복잡다기한 현대 사회의 모든 일자리를 직접고용으로만 채우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비정규직 일자리를 무조건 부정하지 않는다. 개인이나 기업 혹은 사회에 필요한 경우 비정규직 일자리를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노동유연화아닌 '노동유동화'

하지만 전제조건이 있다. 비정규직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 ‘반듯한 일자리’여야 한다. 문제는 기업이 비정규직을 쓰는 이유가, 국가가 시간제를 도입하려는 이유가 ‘반듯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데 있다. 기업과 국가의 목표는 ‘저질의 나쁜 일자리’, 쉽게 말해 정규직보다 착취하기 쉬운 일자리를 만들려는 데 있다. 노동자를 더 많이 착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일자리로서의 비정규직이라면 당연히 반대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비정규직 일자리에 반대한다. 그것은 노동유연화가 아닌 노동유동화이고, 고용안정이 아닌 고용불안이며, 좋은 일자리가 아닌 나쁜 일자리이고, 양질이 아닌 저질의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사태에서 드러나듯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반듯하고 좋은 일자리로 여겨지는 교사와 공무원조차도 노동조합 활동의 자유가 침해받고 있다. 몇 명의 해고자가 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로 낙인찍어 정상적인 사업과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데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교사와 공무원의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고, 단체교섭권을 박탈하고, 정보 공유를 중단하고, 정책 참가를 차단하는 정부가 만드는 시간제 일자리가 반듯할 수 있을까.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게 나을 것이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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