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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폐업 5개월 만에 폐허로 변한 진주의료원노동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공공의료 구멍은 '커져 가고'
   
▲ 진주의료원에 있던 여러 의료장비들이 '마산의료원' 등으로 반출을 기다리고 있다.
   
▲ 폐업 5개월째를 맞은 진주의료원의 모습. 진주의료원임을 알리던 간판이 적갈색 흔적으로만 남았다. 양우람 기자

올해 5월29일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공식화한 뒤 5개월여가 흘렀다. 하지만 진주의료원을 둘러싼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폐업을 되돌리려는 쪽과 기정사실화하려는 편이 싸우는 사이에도 진주의료원과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은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다. <매일노동뉴스>가 폐업 이후 달라진 진주의료원의 풍경을 살펴봤다.

흔적만 남은 간판 … 의료장비는 반출 대기

지난 17일 오후 2시께 진주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출발해 대신로를 달리던 251번 버스는 끝내 오른쪽으로 돌지 않았다. 폐업 이전에는 농업기술원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환자와 승객을 진주의료원 앞에 내려 주던 버스였다.

“진주의료원 폐업 이후 직행버스가 사라졌어요. 노선이 달라진 탓에 곧바로 의료원 인근 차고지로 온 다음 반대편으로 운행해요.” 버스 운전기사의 말이다.

4월 초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유지현)의 생명버스 동행취재 이후 7개월 만에 찾은 진주의료원은 폐허로 변해 있었다. 본관 2층 정중앙에 붙어 있던 ‘경상남도 진주의료원’이라는 명패는 적갈색 흔적으로만 남았고, 그 아래 출입문은 쇠사슬이 묶여 있었다. 주변 화단에서는 7~8명의 인부가 벌초기 굉음 속에서 풀베기에 몰두했다. 경상남도 수목원에서 일한다는 한 인부는 “어제(16일)부터 경상남도 지시로 폐업 이후 처음으로 벌초작업을 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진주의료원 매각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굳게 잠긴 정문과는 달리 장례식장을 마주하고 있는 본관 옆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널찍한 로비에는 링거걸이·후송용 침대 등 각종 의료기구가 가득했다. 의료기구마다 ‘마산의료원’과 같은 파란색 표찰이 붙어 있다. 작업을 진행하던 경상남도 관계자에게 "마산의료원으로 보내는 거냐"고 묻자 "아무것도 말해 줄 수 없다"는 냉랭한 답변이 돌아왔다.

본관 2층에 있던 노조 상황실은 본관 뒤편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로 옮겨져 있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경상남도가 노조사무실 근처에 CCTV를 설치하고 상황실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는데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폐업으로 늘어 가는 실직의 고통

황량해진 진주의료원의 풍경만큼 메말라 가는 것이 있다. 바로 진주의료원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삶이다. 노조 진주의료원지부(지부장 박석용)에 따르면 진주의료원 폐업 직전에 일했던 전체 직원(의사 제외) 205명 중 정규직 일자리를 찾은 사람은 20여명밖에 안 된다.

경상남도가 직접 채용한 13명의 퇴직자를 포함해도 재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극소수다. 더군다나 그들은 진주의료원 폐업·매각을 위해 계약직으로 고용된 비정규직이다.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 노동자들로부터 희망퇴직을 접수하며 “재취업을 알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상남도 보건행정과 관계자는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퇴직자들에게 여러 차례 취업기회를 알선했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부는 경상남도가 알선한 일자리는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박석용 지부장은 “부산처럼 거리가 멀거나 노동조건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며 “의령의 한 병원에 취업한 퇴직자는 나흘간 병원측에서 아무일도 시키지 않아 스스로 일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특히 자발적인 퇴사를 거부한 70명의 지부 조합원들은 실직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이 중 3명만 재취업했다. 대다수 조합원들이 취업 대신 투쟁을 택한 탓도 있지만 재취업을 둘러싼 여건 자체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25년간 진주의료원 간호사로 일했던 조미영(48)씨는 “재취업한 후배들이 진주의료원 조합원이었다는 이유로 기존 관행과는 달리 인턴과정부터 시작하고 있다”며 “경상남도가 새겨 놓은 강성노조 간호사라는 딱지가 붙은 탓”이라고 말했다.

실직의 고통은 생활고로 이어졌다. 조씨의 경우 현재 월 112만원의 실업급여로 생활하고 있다. 그가 받던 급여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마저도 내년 2월이면 끊긴다. 조씨는 “남편과 맞벌이는 하고 있지만 두 아이가 모두 대학생이라 학자금 마련 등으로 생활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제퇴원 환자들, 병세악화로 신음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이들은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들이다. 지부 조합원들은 지난달 9일부터 2주간 진주의료원에서 강제로 퇴원당한 환자와 환자가족 40명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1차 조사가 이뤄졌던 5월 중순 이후 4명의 환자가 추가로 숨져 전체 사망자는 28명으로 늘었다. 대부분의 환자는 진주의료원 퇴원 이후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참여한 환자 중 15명이 “병세가 악화됐다”고 답했다. 13명은 “변화없다”고 했고, “좋아졌다”는 환자는 2명에 불과했다.

지부에 따르면 양측하지마비와 당뇨를 앓던 박아무개(53)씨는 진주의료원에서 강제퇴원을 당한 후 재활치료를 제대로 못 받아 ‘척수공동증’이라는 병이 추가로 생겼다. 급성췌장염으로 고생하던 강아무개(50)씨는 췌장염이 심해지고 당뇨조절이 안되는 등 몸상태가 더 나빠졌다.

당뇨병을 앓던 박아무개(82) 할머니는 진주의료원에서 문산삼성병원으로 전원 후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미끄러져 현재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박씨의 아들은 “간병인 관리 등 전반적인 시설이 진주의료원보다 부족해 어느 정도 움직임이 가능했던 어머니가 이제는 식물인간처럼 누워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부 관계자는 “민간병원이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치료나 검사를 강요하는 경우도 상당수 발견됐다”며 “전원한 병원이 2주 이상 입원을 꺼리는 데다, 접근성도 떨어져 아예 치료를 포기한 환자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치과 등 구멍 난 공공의료 서비스

공공의료 서비스 저하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진주의료원에서 운영하던 장애인 전문치과다. 2011년 7월 문을 연 장애인 치과는 경상남도의 폐업 추진 발표 이후 4월께 진료를 멈췄다. 경상남도는 6월 진주고려병원에 장애인 치과 진료를 위탁했다.

이후 장애인 치과 이용률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지부에 따르면 진주의료원 장애인 치과는 월평균 66명의 환자가 이용했다. 2011년 720명, 지난해 460명이 장애인 치과를 이용했다.

그런데 경상남도가 10월 현재 파악하고 있는 진주고려병원 장애인 치과 이용 환자는 128명이다. 월평균 32명으로 이용환자가 절반 이상 감소했다. 경상남도가 같은 병원에 위탁한 장애인 산부인과 사업은 4개월 동안 이용자가 고작 10명이다.

환자들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범운영되고 있는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도 마찬가지다. 경상남도는 3월 진주반도병원에 17명의 입원환자를 포함해 진주의료원이 담당하던 해당 사업을 위탁했는데, 제대로 된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주반도병원 관계자는 “진주의료원에서 전원을 온 환자가 일부 있었지만 사망자 등이 생겨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업을 위탁받은 이후 3층에 병동 3개를 추가로 마련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이 하던 공공의료 서비스 가운데 민간위탁 방식으로 계속하는 사업은 장애인 치과·장애인 산부인과·보호자 없는 병원 등 세 가지 서비스뿐이다. 경상남도 관계자는 “세 가지 서비스 외에 진주의료원이 특별히 해 왔던 공공의료 서비스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환자 대부분이 저소득층인 것을 감안하면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공공의료 공백이 더욱 크다는 것이 지부와 지역주민의 생각이다. 진주의료원 인근 신당리에서 40년 이상 쌀농사를 짓고 있다는 정용섭(62)씨는 “지난해 지역농협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7만원에 진주의료원에서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며 “농민이나 국가유공자 등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런 서비스를 싼값에 해 주는 병원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한 주부는 "폐업 이후 진주의료원의 고마움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남편이 장애인인데요. 집 근처에 진주의료원이 있어 몸이 아플 때마다 자주 찾았어요. 그때마다 계단 등 이동시설 하나하나가 장애인을 배려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지금은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아 일반병원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진주의료원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진주의료원이 빨리 재개원했으면 좋겠어요.”

양우람  agains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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