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과 한정애 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16일 국회에서 열린 시간제 일자리 국제 심포지움에서 카텔레네 파쉬어 네덜란드노총 부위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네덜란드가 시간제의 파라다이스는 아닙니다.”

16일 오후 ‘네덜란드·독일의 시간제 노동 실태·문제점과 노조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발제를 맡은 카텔레네 파쉬어 네덜란드노총(FNV) 부위원장은 단호했다. 인구 1천670만명에 노동시장 참여율(고용률) 77%, 높은 생산성과 비교적 낮은 실업률, 높은 시간제 일자리 비중(37.2%).

고용률 70%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로서는 이런 고용지표를 가진 네덜란드는 그야말로 파라다이스다. 시간제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특히 그렇다. 최근 발표된 고용률 70% 로드맵에 따르면 2017년까지 창출하겠다는 일자리 238만개 중 39%가 시간제 일자리다.

파쉬어 부위원장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시간제 일자리는 93년 노사정 협약을 통해 완성됐다. 협약에 따라 △시간제 노동자와 전일제 노동자의 동일임금 동등대우 보장 △사회보장과 수당에 대한 동등한 권리 △시간제에서 전일제로, 전일제에서 시간제로 전환할 권리가 법률에 담겼다.

단체협약에도 동일임금이나 시간제에서 전일제로 전환하는 제도가 보장됐다. 네덜란드는 단체협약 적용률이 80%나 된다. 파쉬어 부위원장이 “시간제를 정규직으로 분류하고, 노동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하는 근거다.

"네덜란드 시간제, 한국서는 불가능"

정부는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상용직이면서 시간당 최저임금보다 많은 임금과 상여금을 받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양질로 정의했다. 다분히 상용직 시간제가 많은 네덜란드 모델을 본보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파쉬어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네덜란드의 모델이나 시스템을 한국에 이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충고했다. 그는 “불안정한 일자리를 창출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없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여성 고용률을 높이려면 보육시설 같은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다양한 사정을 고려해 종합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4년 이후 급증하기 시작해 노동자의 10% 수준으로 올라온 한국의 시간제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임시일용직이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시간제 노동자 규모는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전체 노동자의 10.3%인 182만6천명이다. 금 연구위원은 “시간선택제 중 상용직은 7.7%에 불과하며, 임시직(59.9%)과 일용직(32.4%)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다른 비정규직 형태와 비교해도 시간선택제는 상용직의 비중이 크게 낮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11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의제별위원회인 일·가정양립 일자리위원회 워크숍에서 발표됐다.

“시간제 나쁘다고 현실 외면하는 것은 교조주의”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노동계의 걱정은 컸다. 과연 네덜란드처럼 양질의 시간제가 한국에서 가능할지, 경제위기 때 전일제 노동시간단축이 아닌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 만들기를 택한 네덜란드 노동운동의 선택을 옳았는지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연맹 정책실장이 “좋은 일자리라고 하는 네덜란드의 그 많은 시간제가 어디서 왔느냐”며 “정규직 전일제 일자리가 80~90년대 붕괴하면서 하나의 전일제 일자리가 두 개의 시간제로 전환된 것일 텐데 시간제가 좋다고 지향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파쉬어 부위원장은 93년 양질의 시간제 도입과 관련한 노사정 협약을 설명하면서 “80년대에는 우리가 무엇을 하든 서비스부문에서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가 많이 나왔다”며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손을 내밀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엄연한 현실을 외면하고 시간제에 반대한다며 대응하지 않는 것은 교조적인 접근”이라며 “학자라면 모를까 현실에 대응하려면 시간제 실태를 파악하고 팩트에 기반해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제심포지엄은 민주노총과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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