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97년 (전주대에) 들어왔을 때는 학교에서 직접고용했어요. 2년 정도 (일을) 했는데 서울에 있는 용역회사로 넘기더라고요. 1년 이상 되니까 (주)온리원이라는 회사로 옮기래요. 온리원에 오고 나서 처음에는 8시간 일했습니다. 근데 어느 날인가 사인을 받아 가더니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후 3시30분에 퇴근하래요. 8시간 일하던 걸 6.5시간으로 줄여 월급을 안 올리는 겁니다. 3년 동안 월급이 오르지 않았어요.”(오윤임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 전주대 현장대표)

용역회사가 설립한 잡화점 청소까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 실태 증언대회’에서 오윤임 현장대표가 온리원(현 온누리산업)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온리원은 전주대·비전대·영생고를 소유한 사학재단인 신동아학원과 대학 교직원들이 공동출자로 만든 용역회사다. 소속 대학들은 온리원과 11년간 수의계약으로 청소·경비 업무를 위탁했다.

오윤임 현장대표의 진술이 이어졌다. “온리원에서 천냥백화점이란 걸 차리더니 거기에 우리를 데려다가 일을 시켰어요. 전단지 접고, 물건 진열하고, 포장에 청소까지. 서울·광주·부산까지 갔어요. 장사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 밤 9시 반부터 청소를 시작하면 새벽 2~3시 돼야 끝나요. 그렇게 해서 받는 게 2만~3만원이에요.”

정용재 전북평등지부 조직부장은 “대학 청소를 위해 고용된 50~60대 여성 환경미화원들은 매장 청소와 상품 진열, 심지어 김장까지 담그며 노동착취를 당했다”며 “관리자들의 멸시와 폭언, 해고 위협으로 하지 않아야 할 일을 강제로 해 왔다”고 비판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말도 안 되는 노동조건으로 일을 시킨 공공기관은 전주대뿐만이 아니었다. 박정애 노조 한국예술종합학교분회장은 “너무 억울해서 노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화장실이 없어 빈 병을 준비해 급한 볼일을 보는 방재실 근무 시설관리 노동자, 정부 에너지정책을 따라야 한다며 한여름에 섭씨 40도가 넘는 주방에서 에어컨도 켜지 못하고 일하는 식당 노동자, 점심식사를 거르고 그나마 교대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침과 저녁까지 굶다가 '배고파서 회사를 그만둔' 경비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뒤따랐다.

하해성 노조 서경지부 조직차장은 “한예종이 실체도 없는 직원상조회를 내세워 구내식당을 운영하면서 사용자 책임을 회피했다”며 “24시간 맞교대를 하는 경비 노동자들의 기본급이 100만원 수준으로 최저임금 위반은 물론 임금체불과 단체교섭 거부 등 각종 노동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사능 누출 원자로엔 간접고용 노동자만

2011년 2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HANARO)에서 실리콘 반도체 생산작업 도중 방사능이 누출돼 ‘백색비상’이 발령됐다. 김영칠 원자력연구원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표현할 수 없는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고 회고했다. 당시 원자로 홀 안에 이른바 용역회사 직원들밖에 없었다. 그는 “원자로 작업 공정에 비정규 노동자들이 대다수 근무하고 있다”며 “원자력연구원에서 비정규직들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 임금은 3분의 1밖에 못 받는데, 정규직이 하기에는 위험하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한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비정규직이 전체 직원의 87%로 세계 공항 중 비정규직 비율 1위, 국토교통부 산하 간접고용 비율 1위’라는 인천공항공사의 토목시설 유지관리·환경미화 용역노동자, 본사의 지방이전으로 대량해고 위기에 몰린 한국전력공사의 청소노동자들도 증언대회에 참석했다.

박주영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은 “공공부문 업무는 본질적으로 공공성을 띠고 있어 이를 유지·관리하려면 직접고용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특정 기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통일적이고 일관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일관성 있는 교섭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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