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노조

대형마트 업계 2위로 연간 매출이 12조원에 달하는 홈플러스가 매장에서 근무하는 기간제와 무기계약직 노동자들과 분(分)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 대기시간이나 초과근무에 해당하는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고정적·일률적·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을 제외한 채 기본시급만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뒤 이를 기준으로 법정수당을 지급해 사실상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홈플러스 노동자 600여명은 서울중앙지법에 12억원 상당의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30분치 급여 체불, 연간 113억원 '꿀꺽'=13일 홈플러스노조(위원장 김기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6개월에 한 번씩 근로계약을 갱신하는 기간제 노동자와 기간제로 2년 근무한 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을 상대로 10분 단위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 해당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서를 보면 하루 근무시간이 4.5시간·5.5시간·6.2시간·6.3시간·6.5시간·7.4시간·7.5시간 등 천차만별이다. 하루 8시간, 일주일 40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근로계약에 명시하는 일반 사업장과는 차이가 난다. 유통업계에서도 오직 홈플러스만이 10분 단위 근로계약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기간제와 무기계약직 상당수는 하루 7.5시간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숫자는 계약서상에만 존재할 뿐이다. 노조가 올해 7월 조합원들의 근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노동자들은 출근 전 업무준비시간 21분42초, 퇴근 후 마무리시간 18분12초를 추가로 일하고 있었다. 식사시간을 포함한 휴게시간을 다 합쳐도 30분밖에 안 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제50조3항)은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홈플러스에서는 근기법상 '근로시간'이 '무료노동'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홈플러스가 이처럼 이상한 근로계약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측은 최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매장에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집중적으로 인력을 배치하기 위한 방도”라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의 해석은 다르다. 노조가 7.5시간 근로계약 노동자들의 시급(5천6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이들에게 하루 8시간분의 급여가 온전히 지급될 경우 회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113억원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회사측이 편법적인 근로계약을 통해 편취하고 있는 돈이자, 명백한 체불임금이다.

◇12억원대 통상임금 소송에 관심집중=
홈플러스는 수시로 이뤄지는 연장근로에 해당하는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근기법상 일반 사업장의 경우 일주일에 최장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7.5시간 근로계약 노동자들의 경우 일주일에 최대 14시간30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한 구조다.

문제는 노동자들의 연장근로 기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연장근무수당 역시 거의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가운데 홈플러스 노동자 2명은 올해 3월 서울중앙지법에 임금청구 소송을 냈다. 회사가 초과근무를 시키고도 연장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연장근로시간을 측정하는 애플리케이션 ‘야근시계’를 이용해 각각 2개월에서 4개월에 걸쳐 스스로의 연장근로시간을 잰 뒤 이를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회사측이 노동자들의 연장근로 실적을 기록하지 않으니, 궁여지책으로 앱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법원이 이를 증거로 채택하면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떼인 돈을 받기 위한 대규모 통상임금 소송도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기간제와 무기계약직에 대해 기본시급만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정규직도 기본급과 근무수당·직책급 정도만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다.

홈플러스 노동자 600여명은 지난달 12억원 상당의 통상임금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명절상여금과 근속수당·직무수당·직책급·성과급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이를 근거로 법정수당을 다시 계산해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이변이 없는 한 노동자들의 승소가 예상된다.

김기완 위원장은 “굴지의 대기업인 홈플러스에서 근무하는 40~50대 시간제 여성노동자들은 임금이 떼여도 회사에서 잘릴까 봐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라며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구호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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