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속속 임명되고 있는 신임 공공기관장들의 면면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공모절차 진행 중 '취임계획서'가 발견돼 내정설 논란이 일었던 이상무 국제식량농업기구(FAO) 한국협회장은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으로 보란 듯이 취임했고,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과 현대증권 부실경영 의혹 등으로 낙하산·부적격자 논란을 빚은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은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됐다.

친박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이규택 전 의원은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관료 출신이 아닌 정치인 출신이 낙점된 건 공제회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낙하산·보은인사 논란이 이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낙하산 논란을 몰고 다니는 수많은 인사 중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낙하산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다. '용산참사'라는 최악의 꼬리표가 무색했다. 사장 공모절차 때부터 내정설이 나돌더니 결국 사장 자리를 꿰찼다. 이달 7일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에 막혀 첫 출근이 무산된 이후 아직까지 취임식조차 하지 못하는 굴욕을 맛보고 있다. 그래도 국제선 청사 3층 의전실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고 하니 역시 사장님은 사장님이다.

낙하산·보은인사가 무서운 건 선무당이 사람 잡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장에게 완전무결한 도덕성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해도 최소한 전문성은 갖춰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한국공항공사노조에 따르면 김석기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 면접에서 임추위원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조차 못했다고 한다.

그동안 공공기관을 망친 선무당은 차고 넘친다. 경찰청장 출신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이 대표적이다. 허준영 사장 재임 시절 KTX는 '사고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심지어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철도노동자 5천115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감행해 노조와 끊임없는 마찰을 빚었다.

한국공항공사·한국농어촌공사·한국거래소·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언제까지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비전도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 공공기관장에 임명되는 장면을 봐야 하나. 언제까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정력을 낙하산 사장 막는 데 소모해야 하느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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