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정리해고 쉬운 나라’ 세계 2위에 올랐다. 핀란드가 1위, 이스라엘이 공동 2위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10일 고용노동부의 미공개 연구용역보고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관련 국제적 흐름’을 공개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연구기관으로 참여한 해당 보고서에는 OECD가 올해 회원국 정부를 상대로 조사한 국가별 고용보호입법지수와 순위가 국내 최초로 소개됐다. OECD는 5년마다 고용보호입법지수를 공개한다.

이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집단해고 부문 고용보호입법지수는 1.9였다. 1.8을 약간 웃도는 핀란드에 이어 이스라엘과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했다. OECD 회원국 평균인 2.28에 한참 못 미친다. 집단해고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적 규제장치가 매우 미흡하다는 의미다.

산업현장 노동자들에 비해 집단해고에 둔감한 정부 관계자들이 작성한 자료에 근거한 결과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노동자들이 느끼는 정리해고의 공포는 훨씬 크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집단해고 부문 고용보호입법지수는 98년 이후 15년 동안 변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97~98년 외환위기 당시 경영상해고 제도가 도입되고, 정리해고 기업들이 주장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법원이 폭넓게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굳어진 결과다.

우리나라 법원은 아직 기업의 경영상 위기가 본격화하지 않은 상태라도, 추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판단되면 정리해고의 요건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미래경영상의 이유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법원의 보수적인 판단은 정리해고 카드를 남발하는 기업들에게 좋은 명분이 됐고, 노동자에게는 ‘한 번 잘리면 끝’이라는 공포를 심었다.

우리나라가 정리해고 천국이 된 데에는 정부의 기여도 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정리해고 요건을 구체화해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거부했다. 근로기준법상 ‘긴박한 경영상 필요’의 정의를 명확히 하라는 인권위 권고에 대해 노동부는 “기준이 추상적이지 않고 국제적인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해고대상자 선정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는 권고에는 “모든 사업장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은수미 의원은 “집단해고가 쉬운 국가 세계 2위라는 결과는 결국 정리요건을 강화해 고용불안을 완하하겠다던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가 허상에 그쳤다는 뜻”이라며 “헌법상 ‘근로할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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