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애림
전국비정규직
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전국교직원노조에 대한 정부의 법외노조화 시비로 정국이 뜨겁다. 이 사건을 법적 쟁점으로만 보자면, 부당해고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규약을 변경하고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지 않으면 전교조를 법내노조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측 입장의 요지다.

이에 대해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진영은 조합원 범위는 노조가 규약으로 자주적으로 정하는 것이고 초기업단위노조의 조합원 범위는 특정 사용자에게 고용돼 있는 자에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자 국제노동·인권기준이라고 주장한다. 또 이미 대부분의 산업·지역노조가 해고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으며 정부의 법외노조화 통보는 법률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필자도 모두 동의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밑바탕에 일반 노동자와 다르게 교원의 노동 3권을 제한하고 있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의 문제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잘 부각되지 않는 것 같다.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33조에 입각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노동자가 자유로이 노조를 결성·가입할 수 있고 노조의 조직형태 역시 자주적으로 선택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반면 99년 제정된 교원노조법은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한 교원에게만 노조 가입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노조의 조직형태와 단체교섭 형태를 제한하고 교원의 단체행동권과 정치활동권을 일체 부정하는 등 허다한 법적 제한을 두고 있다.

돌이켜 보면 노조법이 노조의 자유설립주의를 확인한 것은 97년 노조법 제·개정 때부터다. 그 이전에는 정권의 편의에 따라 노조의 조직형태를 산업별 또는 기업별로 제한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민주노조운동의 투쟁 결과로 이러한 제한을 철폐해 왔지만, 일반 노동자와 달리 교사의 노동 3권을 제한하는 교원노조법의 한계를 돌파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러한 교원노조법을 모델로 2006년 공무원노조법이 제정됐다. 나아가 노조 가입 범위를 제한하고 단체행동권을 박탈한 교원·공무원노조법을 모델로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을 인정하는 특별법을 만들려는 시도가 2007년 이후 계속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노동 3권을 누리는 노동자의 범위를 이러저러하게 제한하려는 법·제도에 반세기 넘도록 짓눌려 왔다. 2008년부터는 노조법상 ‘근로자’인지 여부가 다툼이 되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건설노조와 공공운수노조·연맹(화물연대본부)에 대한 정부의 규약 시정명령과 법외노조화 시도가 진행됐다. 청년유니온 역시 조합원 범위에 구직자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5차례나 노조 설립신고가 반려된 바 있다.

노조로 단결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는 법률이 아니라 노조의 지향과 기반에 따라 자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실업자·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에 관해 자주 인용되는 2004년 2월27일 대법원 판결 역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여성노동자를 사업장의 경계를 뛰어넘어 조직하고자 한 서울여성노조의 지향과 투쟁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다. 자본이 부담해야 할 비용마저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노동자의 모든 권리를 빼앗은 결과로 만들어진 특수고용 노동자를 조직하고 있는 건설노조와 화물연대는 수년간의 법외노조화 협박에도 꿋꿋하게 맞서며 조직과 투쟁을 확대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다퉈야 할 것은 교원의 노동 3권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는 교원노조법 자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교원노조법처럼 교사의 노동 3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조로 단결할 사람의 대상과 범위를 정하는 것은 그 노조의 지향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참교육을 실현하고 노조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앞장섰다가 해고된 사람들을 조합원으로 지킬 것인지, 실정법의 ‘교원’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교육현장 종사자들을 널리 대표하는 조직으로 거듭나려는 지향을 세울 것인지, 역사는 전교조에게 엄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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