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정부가 향후 에너지수요와 전력수요를 부풀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전력난을 이유로 공사를 강행한 상황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환경운동연합 등 15개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에너지시민회의는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장기 에너지수요전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 1차 에너지수요와 전력수요가 2008년보다 각각 6%, 20%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민회의는 이날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장기 에너지수요전망 도출 모델이 과거 실적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전력수요 예측이 과다해졌다"고 비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주요 변수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유가·산업구조가 에너지수요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바뀌었음에도 실제 전망치에서 수요전망을 높게 잡았다. 정부의 잘못된 수요예측은 비정상적인 수요급증 현상을 보인 2010년 실적을 기반으로 수요전망치를 계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시민회의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장기 에너지수요전망을 바탕으로 2035년까지 중장기 에너지 정책을 담은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전망대로라면 전력수요는 2035년까지 계속 늘어난다.

원전설비도 현재(2만716메가와트)보다 두 배 이상 늘려야 하는데, 좁은 땅과 높은 인구밀도를 감안하면 과다하다는 지적이다. 국토 단위면적당 발전설비 용량을 국토 면적으로 나눈 발전설비 밀집도를 보면 한국은 2010년 기준 0.82다. 미국(0.12)의 6.6배다.

한국전력에 의하면 전국에는 4만1천545기의 송전탑이 세워져 있다. 이로 인해 원전사고 위험과 사회갈등, 환경피해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밀양에 들어설 765킬로볼트(kV) 초고압 송전탑은 140미터 높이, 45층 건물 크기의 철탑이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765킬로볼트 초고압 송전선로 비중은 전체의 2.6%로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미국(0.6%)과 중국(0.8%)의 4배다. 국제암연구소는 고압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발암 가능 2B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더 이상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 계획대로 신고리원전을 모두 가동하면 300만명이 살고 있는 부산지역 일대에만 원전이 12기나 가동된다”며 “원전을 두고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변·천주교인권위원회 등 10개 법조·인권단체로 구성된 국제인권네트워크는 밀양 송전탑 공사 과정에서 경찰력의 주민 인권침해 사례를 지난 4일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제출했다. 이들은“공사 시작 이틀 만에 고령의 주민 8명이 병원에 실려 가고 11명이 연행됐다”며 “농성 중인 주민에게 음식물과 약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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