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쌍용자동차가 부활하는 것일까. 쌍용차 경영진에 따르면 올해 판매 예상량이 15만대다. 8월 말까지 이미 9만1천대를 판매해 지난해 대비 20% 증가했고, 일부 차종은 현재 생산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쌍용차가 정상화됐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수익성 문제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와 비슷한 판매대수를 기록한 2004년과 비교해 보자. 쌍용차는 2004년 6만4천대를 팔아 59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는 6만8천대를 팔아 1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04년에 대당 93만원의 이익을 냈다면, 올해는 대당 21만원의 손해를 본 것이다.

그런데 생산성을 보면 2004년 상반기에 1인당 생산대수가 8.5대였는 데 반해 현재는 14.2대로 68% 증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시간당 생산대수(UPH)나 작업라인 효율성(편성효율)도 크게 증가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곡소리 나게 노동강도가 증가했다. 인건비도 줄었다. 제품원가 중 급여 비중을 보면 2004년 16%에서 11%로 크게 감소했다. 사실 기업 내부 상황만 보면 왜 적자가 발생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쌍용차 수익성 문제는 기업 내부보다도 외부적 신뢰와 관련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차량 판매 증가에도 수익성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판매가격 문제다. 쌍용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평균 판매가를 보면 올해 상반기 현재 2천400만원이다. 9년 전인 2004년에 비해 단지 12% 인상된 것에 불과하다. 소비자물가 인상률을 감안하면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다른 업체와 비교해 봐도 쌍용차 가격이 얼마나 낮은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쌍용차와 비슷한 급의 SUV 차종을 보유하고 있는 기아자동차는 2004년 SUV 평균가격이 1천9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천만원까지 인상됐다. 가격이 57% 올랐다. 쌍용차 SUV는 2004년에 같은 급의 기아차보다 평균 판매가격이 300만원 높았는데, 현재는 오히려 600만원이 낮다. 쌍용차가 가격 조건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쌍용차는 왜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것일까. 인터넷에서 쌍용차를 한 번만 검색해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필자가 검색사이트 '다음'에서 쌍용차 뉴스기사(2013년 1월1일부터 9월30일까지)를 검색한 결과 쌍용차와 연관된 기사 중 20%가 ‘해고’를 다뤘다. 반면 ‘신차’를 다룬 기사는 11%에 불과했다. 정리해고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쌍용차는 여전히 정리해고와 관련한 사회적 갈등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쌍용차가 아무리 신차를 출시해도 브랜드 이미지가 이래서는 가격을 높이기 쉽지 않다. 소비자들이 쌍용차라는 기업에 대해 신뢰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쌍용차 경영진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측이 취한 방식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를 쥐어짤 수 있는 만큼 쥐어짜 보자는 것이었다. 사실 쌍용차 경영진이 대승적으로 결단해 해고자를 복직시키고 쌍용차를 갈등 치유를 통한 부활의 상징으로 만들어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면 쌍용차 경영정상화는 지금보다도 훨씬 빨랐을 가능성이 크다. 한 예로 쌍용차가 사회적 이미지 개선을 통해 차량 가격을 10만원만 높일 수 있어도 연 140억원의 이득이 발생한다. 금속노조가 요구하는 복직인원 전원을 수용하고도 연 40억원 이상이 남는다.

그런데도 쌍용차 경영진이 해고자 복직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경영진이 지나치게 단기적 관점으로만 해고자 복직 문제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금속노조가 현장에 들어오면 아무래도 이전보다 회사 맘대로 현장을 통제하기 힘들어지고, 정치적으로도 구조조정을 진행한 현 경영진이 패배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마힌드라와 쌍용차 경영진은 쌍용차가 진정 정상화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좀 더 큰 시야에서 봐야 한다. 기업 이미지 개선과 사회적 갈등 치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경영진들이 현재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마힌드라와 같은 국적의 기업인 타타자동차는 영국 로버자동차와 한국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후 구조조정 갈등을 치유하고 기업 이미지를 개선해 세계시장 진출에 매우 큰 효과를 봤다. 로버의 SUV와 타타대우 대형트럭은 브랜드 이미지를 기반으로 시장에서 꽤 높은 수준의 가격을 받는다.

15만대를 생산하기 시작한 쌍용차는 중요한 기로에 섰다. 쥐어짜기가 경영전략의 핵심인 하청 생산기지로 남을 건지, 아니면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수익을 내는 자기발전 전략을 가진 SUV의 명가로 남을 건지. 쌍용차가 두 길 중 어디를 선택할지는 해고자 복직 문제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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