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 '묻지마 할당' 식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는 노동계의 비판이 거세다

최근 안전행정부가 공무원임용령 및 지방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에 신규채용의 일정 인원을 시간제로 채용하라는 지침을 내리자 노동계는 전일제와 시간제 일자리 간 임금·승진 차별, 노동강도 강화와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20년 근속 시간제 공무원 임금, 전일제의 3분의 1=정부는 내년부터 일주일에 적게는 15시간, 길게는 25시간을 일하는 시간제 공무원 4천여명을 뽑을 방침이다. 안행부는 지난 17일 '시간선택제 일반직 공무원' 채용근거를 담은 공무원 임용령 및 지방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하루 4시간, 일주일에 20시간을 근무한다. 대상은 7급 이하지만 중앙부처의 경우 법률 분석 등 전문 분야에 한해 높은 직급도 채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뽑힌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전일제로 전환할 수 없다. 신분도 일반직이어서 공무원연금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보수는 물론이고 승진에 필요한 최저 근무연수는 근무시간에 비례해 인정된다"며 "전일제 공무원과 차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 발표대로라면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9급1호봉 기본급은 전일제의 50%인 60만1천750원에 불과하다. 시간선택제로 20년 근무해도 기본급은 110만8천900원 수준으로, 전일제 공무원의 36%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계가 "저임금 알바 공무원 양산"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승진까지 걸리는 시간은 전일제 공무원의 두 배나 된다. 9급으로 임용돼 6급까지 승진하려면 35년2개월이 걸린다. 민주노총은 30일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다"며 "시간선택제 공무원이라는 별도직군이 자리 잡으면 공직사회를 이중 삼중으로 분할시켜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제할당' 시간선택제 일자리 부작용 우려=기획재정부는 올해 8월 말부터 노사발전재단과 공동으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각 기관별 노동시간이나 노동형태를 분석해 기관별 여건에 맞는 유연근무제 등 노동유형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9월 초 기재부 주재로 진행된 공기업 기획조정실장단 회의에서는 각 기관별로 '중장기 인력운용계획'을 작성하라는 지침을 내려 신규채용 계획인원 중 일부를 반드시 시간제근로로 채용하도록 강제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본부 국장은 "강제적인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과 이로 인한 직무분할·재배치 등으로 인해 기존의 전일제와 시간제 모두 노동강도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공공연맹 관계자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기관별 수요조사를 한 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내년부터 무조건 정원의 몇 %를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만들라고 강제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다수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융·복합적으로 모든 일을 다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업무분장을 할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26개 공기업노조가 속한 공기업정책연대(의장 박해철)는 최근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5차 정기회의 및 하반기 워크숍에서 "공공부문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저임금·나쁜 일자리 양산에 불과하다"고 규정하고 강력대응 방침을 정했다.

공기업정책연대 관계자는 "공공부문 업무는 대부분 연속적이고 상시적 업무라서 시간선택제 근로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한다면 주 40시간 근무를 하는 정직원 정원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경영평가를 앞세워 시간선택제 도입을 밀어붙일 경우 공기업정책연대를 비롯해 공공부문이 함께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은 1일 '시간제 일자리 확대의 문제점과 고용의 질 제고방안 모색 정책토론회'를 열고 고용의 질 제고 없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의 문제점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방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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