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칼끝이 전국교직원노조로 향했다. 박근혜 정부는 한 달의 시한을 주고는 해고자를 내보내지 않으면 합법노조를 법외로 끌어내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이명박 정부조차 만지작만 거렸던 전교조 법외노조 추진을 박근혜 정부가 출범 7개월 만에 꺼내 들었다.

하지만 논리가 빈약하다. 국제기준과 대법원 판례, 15년 전 노사정위원회 합의까지 정부는 무시하고 있다. 정부는 98년 2·6합의를 통해 전교조 합법화와 실업자의 초기업노조 가입에 도장을 찍었다. 2004년 대법원은 서울여성노조 사건에서 “구직자와 일시적 실업자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합법(노조법)상 근로자”라고 판시했다. 정부는 스스로 약속하고 대법원까지 확인한 실업자의 초기업노조 가입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반면 정부는 비슷한 처지의 청년유니온에 대해서는 설립신고 6번째 만에 신고증을 내주기도 했다.

한편에선 정부의 진의에 대한 의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미 한 차례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전국공무원노조가 정부와의 협의 끝에 규약개정까지 했지만 단칼에 반려했다. 이어 이번 전교조 카드는 공안정국 속에서 꺼내 든 것인 만큼 그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고 있다. 해직자 노조 가입 제한은 구시대적 유물이다.

국민통합 원한다면 규약개정 요구 철회해야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

“말이 서지 않는다면 모든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공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필요한 것으로 꼽은 이른바 ‘정명론’이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첫 해부터 삐걱거리는 이유는 하나다. ‘국민대통합’을 내걸고 ‘국민분열론’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역사교과서와 특성화중학교, 그리고 전교조에 대한 최후통첩까지 시종일관 분열을 일삼으니 박근혜 정부의 임기 첫 해가 순탄할 리가 없다.

99년부터 14년간 법내노조로 활동한 전교조에 박근혜 정부의 노동부가 설립취소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빼들었다. 노동부도 잘 알고 있겠지만 노조법 시행령을 근거로 14년간 법내노조로 활동한 전교조를 ‘설립취소’하는 것은 위헌적 소지가 크다. 2010년 인권위 역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는 노조법 규정을 삭제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조합원 자격은 노조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행정당국의 개입은 권리침해”라고 했다. 독일·프랑스·일본 등 많은 나라들에서도 조합원 자격은 노조 자율에 맡기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부가 납득할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전교조는 노동부가 규약개정을 철회할 때까지 총력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정훈 위원장이 단식농성을 시작했고 전 조합원이 상경투쟁을 준비 중이다. 헌법소원 등 법률적 대응도 준비 중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통합을 지향한다면 전교조 규약개정 요구는 철회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통합이란 말이 바로 설 수 있다.

국제기준 무시하고 설립취소 밀어붙이는 정부 

윤선문
공무원노조
정책실장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의 노조설립 취소가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하지만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그렇게 치면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도 모두 법적으로는 문제없지 않았나. 전체 조합원의 0.1%도 안 되는 해고자를 빌미로 노조 설립을 취소하겠다는 노동부의 시각은 말도 안 된다. 현재 국가정보원 문제 등을 보면 정부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노조는 노조활동을 통해 조합원들의 권익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민주적으로 바꾸는 데도 임한다. 그런 활동을 하다 해고된 사람들을 조합원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나. 사용자는 그렇게 본다고 쳐도 그걸 노조에 강제해서는 안 된다. 비록 해고자가 정부와의 교섭테이블엔 나갈 수 없다고 해도 노조라는 결사체에서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까지 못 하게 강제하며 노조 설립취소까지 운운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처사다. 국제사회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일이다. ILO도 해고자가 조합원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전교조나 공무원노조를 떠나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노동자와 시민은 모두 분노해야 하는 문제다.

청년유니온·알바노조 사례 사회 환기 필요 

김병철
청년유니온
조직팀장

청년유니온도 설립신고를 5차례 반려당한 끝에 6번째인 지난 4월 설립신고증을 받을 수 있었다. 정권이 바뀌는 시기라는 특수성도 있었지만 시대적 당위가 바뀐 결과라고 생각한다.

2004년 대법원이 실업자와 구직자도 노조법상 근로자라고 판결한 바도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같은 판단을 했다. 그런 사례들이 쌓여 변화로 이어진 거라고 본다.

그런데 이번 고용노동부의 태도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 같다. 전교조의 해고자 9명은 단순 해고도 아니고 부당해고의 희생자였다. 현재 소송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의 조합원 자격까지 박탈하려 하는 것은 부당하고 심각한 탄압이다.

한편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교육 이념에 전교조가 부합하지 않아서 노조를 위축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그렇다면 정말 구시대적 발상이다. 청년유니온이나 아르바이트노조 등의 사례를 사회에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이번엔 해직자, 다음엔 일반조합원도 위험하다 

김형동
변호사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현행법 안에서 해직자의 노조 가입은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교사든, 일반 근로자든 핵심은 노조의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근로자의 자격에 대한 해석이다.

법원은 현행 노조법 제2조에 따라 해직자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2004년 서울여성노조 사건에서 대법원은 구직자와 일시적 실업자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노조법에서 조합원은 개별적 근로종속관계가 반드시 전제조건이 될 필요가 없다는 취지였다. 또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노동부가 반려한 서울청년유니온을 적법한 노조라고 판결했다.

노동부가 이 같은 법원의 판단을 몰랐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아니면 노동부가 법을 진정으로 집행할 의지가 없거나 이행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이런 전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초기업단위의 복수노조 허용 문제가 그렇다. 법원은 판례를 통해 초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노동부는 이를 부정했다.

최근 통상임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법원이 통상임금 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는데 노동부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현행법상 해직자의 노조 가입은 적법하다. 최근 노동부가 보여준 전교조에 대한 태도는 분명히 어떤 의도가 있어 보인다. 자의적인 잣대와 기준으로 법률상 노조를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교조 사태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공무원과 교사를 넘어 앞으로는 일반 조합원도 노조 가입 자격을 일일이 다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조합원 자격 범위를 다 따진다면 한국노총 내에서 설립신고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노조는 찾기 힘들 것이다.

조합원 가입 판단 정부가 간섭할 일 아냐 

장하나
민주당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가 청년유니온에 대한 설립을 허가하지 않았던 때가 떠오른다. 어떤 사람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일지는 노조가 결정할 일이지 노동부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해직자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노조설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발상이 나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노동기본권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런 발상은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의 위반임과 동시에 우리나라 헌법과 노동관계법에서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위배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해고시키고 박근혜 정부에서 이를 이유로 노조설립을 취소하겠다고 하는 일련의 흐름에 주목한다. 지난 8월 전국공무원노조가 관련부처와 협의를 통해 규약을 개정하고도 설립신고를 반려당한 사례를 돌아보면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노동자 전체에 대한 탄압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방하남 노동부 장관의 불소신도 문제다. 방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전교조 문제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당사자와 전문가 등의 견해를 듣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 개정 논의도 진행하겠다는 의견도 밝혔다. 돌변한 방 장관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 정책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브레이크를 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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