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하면 공무원은 공무상재해로 인정되지만 일반 노동자는 산재보상을 받지 못한다. 수년째 형평성 논란만 되풀이되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통근재해 산재인정에 소요되는 재정추계 작업에 나서 주목된다.

9일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출퇴근 재해 실태 및 재정소요 추계'와 관련해 지난달 29일 노사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노동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 보험개발원은 이달 말 출퇴근재해 재정추계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출퇴근 재해 산재인정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고, 올해 초부터 출퇴근 재해와 관련한 재정추계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다만 별도 요율체계 도입방안을 결정하는 게 쉽지 않아 당장 법제화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별로도 통근재해 산재보상 방식이 천차만별"이라며 "통근재해 보험료율을 별도로 할 것인지, 근로자 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 여러 쟁점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출퇴근재해 산재인정 법제화를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동부는 2006년에도 출퇴근 재해 재정추계를 검토했다. 하지만 산재보험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가 제기되면서 법제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당시 검토에 따르면 통근재해가 산재로 인정될 경우 필요한 예산은 1조2천414억원으로 추정됐다.

법원은 출퇴근 재해 산재보상과 관련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8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사업주가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우에만 업무상재해를 인정하는 제37조1항1호 다목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대법원은 2007년 9월 해당 문제를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중 5명만 통근재해를 업무상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판례 변경에는 실패했지만 대법원은 입법을 통한 해결을 주문했다. 이채필 전 노동부 장관도 "노사가 공감한다면 출퇴근 재해를 산재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임성호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국장은 "사회적 형평성 차원에서나 산재보험의 재정여력 부분에서나 이제는 통근재해를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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