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은 노사가 정한 소정근로의 대가입니다. 근무일수나 근무성적, 회사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달라지는 상여금이나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돼서는 안 됩니다."(이제호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기본급도 몇 시간, 며칠 일하느냐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집니다. 각종 수당도 마찬가지죠. 1년을 일하면 600%의 상여금을 주겠다고 사전에 정해졌다면 소정근로의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입니다."(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통상임금 범위를 둘러싸고 노사가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다. 대법원은 이날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대법원의 고뇌는 깊어 보였다. 당초 1시간 정도로 예상됐던 대법관들의 질의응답 시간은 2시간을 훌쩍 넘겼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번 사건은 갑을오토텍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와 기업은 물론 사회경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라며 "이번 변론에서 나타난 쟁점을 신중하게 검토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대법관들은 이날 공개변론에서 통상임금의 개념부터 재판 결과가 미치는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까지 두루 살폈다. 핵심쟁점은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한 임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와 지급일 당시 재직자에게만 준 각종 수당의 고정성 여부, 통상임금 범위를 노사합의로 정한 단체협약의 유효성 등 세 가지로 모아졌다.

사측 변호인단은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38조원에 이르러 기업이 흔들리고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주장했고, 노측은 "비정상적인 초과근로가 줄고 신규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반박했다.

◇통상임금 정의는?=통상임금이 논쟁이 되는 이유는 근로기준법에 통상임금 정의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근기법 시행령(제6조)에서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적 금액·일급 급액·주급 금액·월급금액 또는 도급금액"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측을 대리한 이제호 변호사는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에 대해 노동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기본임금"이라며 "노동계의 주장처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으면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이 같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기법 시행령에서 임금지급기간 최대 단위는 1개월"이라며 "1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노동자측을 대변한 김기덕 변호사는 "근기법 시행령이 주 40시간, 1일 8시간이라는 법정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한 임금의 일부를 제한하도록 위임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법적 근거 없는 시행령 규정은 무효"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상여금의 개념이 과거와 달라졌다"며 "80년대는 상여금이 상벌 차원에서 지급됐지만 지금은 정기적으로 준다. 기본급은 한 달에 한 번, 상여금은 두 달에 한 번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통상임금은 법정근로를 초과하는 노동시간에 어떤 기준임금을 지급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전원합의체가 소정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한 금품은 모두 통상임금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판례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임금 노사합의 효력은?=노사가 정한 통상임금 범위를 인정할 수 있느냐도 쟁점이 됐다. 사측 변호인단은 "노사가 과거와 달리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을 통해 통상임금 범위를 정하고 있다"며 "노사 간 자율로 정한 단협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조측 변호인단은 "노사합의를 했기 때문에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며 "상여금이 통상임금인 줄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 것이지 알았다면 당연히 포함시켰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인 줄 몰랐으니까 합의했고 이제 와서 권리주장을 하는 것"이라며 "노동법은 노동자의 임금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경제적 효과는?=법리적 쟁점 외에도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대법관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측 변호인단에 "기업들이 통상임금 소송의 경제부담이 38조원에 이른다고 하는데 기업들이 판례를 외면한 것에 대한 당연한 결과가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노조측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과연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초과근로를 줄일 수 있는지를 물었다.

사용자측은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에 초점을 맞췄다. 이제호 변호사는 “상여까지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면 인건비가 크게 늘어 상당수 업체는 도산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 변호인단은 “부담금액 38조원은 과장된 것"이라며 "법정근로만 한다면 추가부담액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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