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한국에서 대중버스 기업들만큼 막무가내로 운영되는 기업은 드물다. 대중버스 기업들은 노선을 배당받아 그 노선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제도적으로 독점하지만 정부 규제는 느슨하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대중버스 기업들은 유가보조금·재정지원금·벽지노선지원금 등 다양한 형태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을 받지만 경영 감시는 받지 않는다. 기업 경영진도 대부분 친인척으로 구성돼 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한 토호기업이다 보니 사회적·정치적 감시도 거의 없다. 사업주가 마음만 먹으면 뒷돈 챙기는 건 일도 아니다.

삼화고속은 서울-인천 광역노선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다. 인천발 고속노선 상당수를 가지고 있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대중버스 기업이다.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사람치고 삼화고속을 이용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노른자 노선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땅 짚고 헤엄치기로 돈을 벌 것 같은 삼화고속은 지난 2년간 적자를 봤다며 매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기업공시 자료에 따르면 영업적자가 2011년 93억원, 지난해 17억원이다.

도대체 삼화고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먼저 회사가 가장 많이 적자 탓을 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보자. 지난해 삼화고속 노동자들의 운송원가 대비 인건비 비중은 35%다. 경기도에서 광역버스와 고속버스를 운영하는 대원고속과 비교해 보자. 대원고속의 원가 대비 인건비 비중은 47%다. 삼화고속 노동자들의 인건비는 대원고속에 비해 12%포인트나 적다. 결국 삼화고속 노동자들이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정부 보조금이 적은 것일까. 삼화고속은 지난해 환승보조금과 재정보조금 등 수익 관련 보조금 42억원을 받았고, 유가보조금 등 비용보전 보조금 42억원을 받았다. 총 84억원이다. 삼화고속이 받은 보조금은 매출액 대비 13%이고, 보조금이 없었다면 101억원의 영업적자를 봤을 것이니, 적자 보전규모는 83% 정도 되는 것이다. 적다고 볼 수 없다.

삼화고속 사업주의 경영행태에 대해서는 몇 년 전부터 노조가 파업을 하며 여러 차례 이야기됐다. 돈이 없다며 노동자들 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묶으면서도 사업주 친인척의 주식을 삼화고속이 되사서 소각하는가 하면, 친인척들에게 저리로 대출을 해 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삼화고속지회의 조사 결과 삼화고속이 인천시로부터 인가받은 면허차량 대수에 비해 현저히 적게 운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일례로 인천터미널에서 서울역을 오가는 1400번의 경우 면허차량대수는 23대인데, 실제로는 14~15대를 운행하고 있다. 1400번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편한 것은 당연했다. 사업주는 적은 차량을 운행해 비용을 줄이면서도 보조금은 예년과 비슷하게 받았다.

현재 삼화고속에서는 노조탄압 문제로 노조가 3년째 투쟁을 하고 있다. 시민들은 회사의 이상한 기업운영으로 버스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노동자도, 시민들도 삼화고속 경영진으로부터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8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는 인천시와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노선을 독점해 출혈경쟁을 할 필요가 없고, 정부와 지자체가 여러 방식으로 지원을 하는 대중버스 사업은 사실 경영이 투명하면 크게 손해 볼 수가 없는 사업이다. 수도권과 같이 인구밀집도가 높은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삼화고속이 이렇게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경영진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충북의 우진교통은 90년대 후반 부도가 난 이후 노동자들이 기업을 인수했다. 이어 투명한 경영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고 시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진교통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다른 버스 기업과 비교해 훨씬 좋다. 이전 경영진들이 했던 갖가지 비리를 모두 없앴기 때문이다. 주유소와 짜고 횡령하고, 타이어와 같은 소모품을 허위로 비용처리하고, 심지어 버스 현금요금 일부를 빼돌리는 행태를 없애 버린 것이다.

인천시는 더 이상 삼화고속의 경영행태에 대해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공영제로 직접 운영할 생각이 없다면, 노선과 사업권을 회수해 삼화고속 노동자들에게 주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삼화고속 경영진만 빼면 삼화고속 관련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이득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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