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최대 국정과제로 내건 고용률 70% 달성에 앞서 사회 양극화로 격차가 벌어진 정규직과 비정규직, 내부노동시장과 외부노동시장을 포용하는 고용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동시장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별·고용형태별 임금과 노동조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사공동기구인 노사협의회를 직장근로자위원회(work council)로 개편해 중소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사무전문직의 이해를 대변하고, 업종별·지역별 노동NGO회의를 구성해 비정규 노동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위원장 김대환)와 한국노동연구원(원장 이인재)이 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동개최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사회적 대화’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배규식 본부장 "비정규직 참여하는 직장근로자위원회 도입"

배 본부장은 “우리나라 압축성장의 결과가 대기업 정규직으로 대변되는 노동시장의 아랫목에 집중되면서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이 모여 있는 윗목에는 열이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s)가 단절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비용절감에 나선 기업들이 정규직 인력사용을 최소화하고, 주변업무부터 외주화하거나 필요인력의 간접고용을 통해 고용의 외부화에 나선 결과다. 이로 인해 고용창출력이 낮아지고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이중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배 본부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내부자(정규직)와 외부자(비정규직) 사이의 임금·근로조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사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직장근로자위원회나 노동NGO회의 등을 통해 비정규직과 사무전문직까지 노사 대화의 테이블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본부장은 일과 생활의 균형, 노동시간단축 등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일자리 창출을 주문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시간제 일자리가 고용창출과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규직 전일제에서 2명이 시간선택제로 전환하는 경우 1개의 일자리가 비는데, 빈 일자리를 채우는 것이 고용창출”이라며 “병원 간호사나 은행 창구직원, 도서관과 공원, 돌봄·육아서비스 등 업무량이 몰리는 분야에 정규직 시간제를 채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휴일·휴가제도만 잘 써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배 본부장은 “연차휴가는 근속연수에 따라 15~20일 발생해야 하나 실제 발생일수는 11.4일에 불과하고, 연간 연차휴가 사용일수는 7일, 소진율이 61.4%에 머물러 있다”며 “법정공휴일을 민간부문으로 확대 적용하고, 연차휴가를 제대로 사용하면 연간 노동시간을 150시간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고용창출력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김대환 위원장 "임금보전·생산성 증대 '패키지 딜' 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대환 위원장의 기조강연도 진행됐다. ‘고용률 70%라 쓰고 사회적 대화라 읽자’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 위원장은 이른바 패키지 딜(package deal) 방식의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성장이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민간투자를 독려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투자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고용유발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근로시간단축과 일자리 나누기·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강조했다.

그는 “임금조정과 비용증가 문제를 둘러싸고 노사의 이해가 대립된다고 해서 대화를 기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대화로 풀어 나가야 한다”며 “어느 정도의 임금보전과 생산성 증대, 정부의 직·간접적 지원 같은 패키지 딜 방식을 통해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주요 이슈인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연공급 체계를 직무급 체계로 개편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복잡하기 짝이 없고 직무나 성과와 무관하게 근속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급이 지배적”이라며 “이러한 임금체계가 정착한 데에는 나름대로의 역사적 사정과 맥락이 있지만 정년연장이 본격화하면 임금피크제 도입과 더불어 임금체계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통상임금 논란에 대해서는 “과거의 임금을 둘러싼 소송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미래”라며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되살리려면 경제주체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임금체계로의 개편과 정착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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