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이달 5일이다. 통상임금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사건 공개변론의 날이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한 뒤 어떻게 판결할 것인가. 오늘 통상임금 문제는 모두의 관심사가 됐다. 지난해 금아리무진 사건에서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지난 5월 초 미국에서 GM회장이 방미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요청하고 이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됐다. 그 뒤 통상임금 문제는 노동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경총 등 사용자단체가 중심이 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통상임금 법리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기상여금, 각종 복리후생 명목의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한다고 판결해 온 근래 대법원 판례와 그 재판을 비판했다. 기존 판례 법리의 변경절차 없이 판결한 것이라 부당하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 대리인도 상고이유서 등을 통해서 그와 같이 주장했다. 노동자들, 그들의 단체인 노조는 정기상여금, 복리후생 명목의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오랜 기간 쌓아 온 판례 법리에 따른 것으로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굳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부에서 통상임금 법리를 판결로서 새로이 정립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대했다. 그리고 이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재판부에서 통상임금 사건들을 판결하기 위해 5일 공개변론을 연다. 나는 무엇을 공개변론할 것인가.

2. 언론은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면 기업은 수십조원의 부담을 지게 돼 기업들은 부도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됐다. 사용자단체가 작성해 배포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 신문·방송이 내보낸 것이다. 그 규모가 과장됐다고 한국노총·민주노총은 반박했다.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사용자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때문에 기업이 부도가 나서 대한민국의 경제가 위태롭게 될까.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해도 모든 사업장의 상여금이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와 지급기준이 동일한 상여금만이다. 그리고 그것은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소송을 해서 법원의 판결을 받은 경우에만 해당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노동자들은 퇴직자가 아니라면 사용자를 상대로 소송으로 다투는 일은이 많지 않다. 통상임금 제로 임금체불을 주장하며 자신의 사용자를 상대로 소송으로 다투는 일은 노조를 통한 보호가 가능한 몇몇 사업장에서나 할 수 있다. 설사 노조가 있어서 조합원 권리 보호 차원에서 소송을 고민한다고 해도 노사 간의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체불된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업장이라면 임금인상·월급제 도입·근로시간·정년연장·우리사주 등 노동자의 권리가 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두고서 협상이 이뤄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나라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사업장이 부도나서 실업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결국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더라도 지불능력이 되고 노사 간에 원만한 합의가 되지 않는 사업장에서만 문제될 것이다. 그러니 사용자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기상여금 등에 관한 통상임금 파결로 기업이 부도나서 대한민국의 경제가 위태롭게 될 일은 없다. 더구나 지난 5월 초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고용노동부는 노사대표와 전문가 공익대표가 참여하는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서 통상임금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 임금제도개선위원회에서 상여금 등 통상임금의 범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한 법정수당의 할증률 등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기업의 부담, 국민경제 등을 고려한 정부의 입법안이 마련돼서 입법 추진될 것이다. 그러니 결코 사용자들이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례로 부도를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임금제도개선위원회에서 통상임금 등 노동자 권리를 저해하는 안이 마련되지나 않을까 노동자들이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렇게 기업부도니 경제니 해서 사용자와 나라를 생각해 줘야 한다고 법에 따라 마땅히 지급받아야 할 노동자의 임금권리를 두고서 온통 걱정이고 야단이니 노동자는 걱정이다. 어째 공개변론이 노동자 권리를 주장해야 할 장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걱정할 거 없다고 사용자를 안심시켜 줘야 하는 장이 되고 말았다.

3. 통상임금은 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의 임금, 연월차 미사용 근로의 임금 등의 지급기준이 되는 임금제도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임금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세계적인 산업국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임에도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을 일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 평균으로 산정한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이른바 노동귀족이라 불리는 대기업 정규직 현대차 노동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이 지난해 회사가 발표한 바에 따르더라도 2천443시간에 이른다. 강성노조로 교섭력을 극대화해서 조합원 권리를 챙기고 있다는 현대차 노동자들은 2011년 평균 근로시간이 2천678시간이었고, 현대차에 납품하는 자동차부품업체 노동자들은 2천685시간이었다. 심지어 1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2천945시간으로 조사됐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장시간 근로실태다. 그것도 장시간 야간근로가 행해지는 가혹한 근로실태다. 임금을 더 받기 위해 노동자들은 장시간 근로를 하고 있다고, 스스로 원해서 하는 거라고 뭐가 문제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짧게 일하고 더 많은 보수를 받기를 원한다. 우리 노동자도 바로 그 사람이다. 도대체 어째서 우리 노동자들은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을 근로하고, 노동귀족이라는 현대차 등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보다도 훨씬 많은 근로시간을 근로하고 있는 것일까. 노동자 대리인으로서 공개변론하면서 이것을 말할 것이다. 바로 통상임금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변론할 것이다.

4. 이미 이전 칼럼을 통해서 나는 말했다. 우리의 경우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직접 규제하는 노동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 40시간, 일 8시간이라고 알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50조 법정근로시간은 당사자 간의 합의로 자유롭게 주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근로기준법 제53조로 사용자에게 보장했다. 주 52시간, 일 20시간까지 법정근로시간이 연장되고 말았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으로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와 별개로 보고 주 12시간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법을 집행해 왔다. 주 5일제 사업장에선 2일의 휴일근로까지 당사자 간의 합의로 자유로이 해 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근로시간을 제한하지 않고 사용자와 노동자가 자유로이 정해서 이렇게 무제한 보장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노동제는 없다. 이걸 두고 법정근로시간은 어떻고 그 범위 내에서 소정근로시간은 무엇이라고 말하는 자가 있다면 바보다. 학자고 뭐고 모조리 바보다. 이런 대한민국에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가 있다면 그것은 연장, 야간 및 휴일 근로의 대가를 통상임금의 150%로 지급토록 한 근로기준법 제56조가 유일하다. 근로시간에 대한 직접 규제는 아니다. 법정근로에 대해 법정외근로에는 가산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근로기준법 제50조 법정근로시간이 준수되도록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이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오직 바보만이 근로기준법을 해설한 노동법교과서에서 법정근로시간을 찾을 것이다. 근로기준법이 선언한 통상임금은 바로 이것이다. 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 등 법정외근로의 대가 임금인 법정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임금, 이것이 통상임금이다. 법정외근로는 법정근로의 대가 임금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당사자 간에 약정한 임금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법정근로의 대가보다도 낮은 임금을 법정외근로의 대가로 지급받게 된다. 기본급·각종 수당·정기상여금·복리후생명목 금품·변동상여 등 노동자의 급여항목 중에서 무엇이 법정근로, 즉 주 40시간, 일 8시간만 일하면 지급하는지 따져보라. 바로 그것이 근로기준법 제56조 법정외근로의 대가 임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이다. 그럼에도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해진 시급·일급·주급·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통상임금을 정의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해진 고정적인 임금이라고 판결해 왔다. 정기성·일률성·고정성으로 법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제한해 왔다. 근로기준법이 통상임금을 제한하라고 위임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데도 대통령령인 시행령을 통해서 위와 같이 제한하고 판례는 여기에 고정성까지 통상임금의 개념요소로 추가해서 더욱 제한하고 말았다. 눈을 똑바로 뜨고 읽어보라. 근로기준법 제56조, 어디에 일본처럼 대통령령 등 명령에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라고 하고, 법원처럼 일률성·고정성 등으로 제한하고 있단 말인가.

5. 통상임금은 법정외 근로에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노동자의 임금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통상임금은 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 등에 근로기준법이 정한 적법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대한민국 노동자의 초과근로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통상임금은 법정근로(소정근로)의 대가 임금을 기준으로 해서 산정하지 아니함으로써 노동자의 임금권리를 보장하지도, 노동자의 초과근로를 제한하지도 못했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은 그 동안 법정근로(소정근로)의 대가 임금 중 일부를 통상임금의 개념요소로 제외해 왔던 판례 법리를 변경해서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근로기준법이 이 나라 노동자의 법정외근로의 대가 임금과 근로시간 규제로 기능할 수 있도록 판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근로기준법은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 아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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