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대회에서 쌍용차 조합원과 집회 참가자들이 수감중인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의 석방을 촉구하며 김 지부장의 그림을 펴들었다. 윤성희 기자

지난 24일 오후 서울역광장의 모습은 노동절대회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이날 민주노총과 철도노조·쌍용차범국민대회조직위원회는 서울역광장에서 노동자·시민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KTX 민영화 저지 제2차 범국민대회’와 ‘쌍용차 문제 해결 8·24 범국민대회’를 잇따라 열었다.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논란에 따른 촛불에 이어 서울 도심에서 오랜만에 노동현안이 울려 퍼진 것이다.

조직위원 8천441명 “이제 쌍용차 국정조사 차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해고노동자들이 모처럼 웃었다. 올해 4월 대한문 앞 농성장이 철거된 후 해고자들은 외롭게 투쟁했다. 그런데 이날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조직위원은 8천441명이나 된다. 김수경(51) 조합원은 “범국민대회를 보면서 옳은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것을 느꼈다”며 “오늘이 쌍용차 문제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회 시작에 앞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해고자 가족들은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지부 관계자는 “공구를 들어야 할 손에 24명의 영정을 들었다”며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국정조사를 실시해 달라”고 말했다.

참가자 중에는 대학생과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대학 졸업을 앞둔 이수지(24)씨는 “99%의 대학생이 졸업 후에 노동자가 된다”며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는 우리의 문제라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쌍용차 조직위원 8천441명은 “국정원 국정조사가 끝났으니 쌍용차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손배·가압류 중단 △김정우 지부장 석방 △해고자 복직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KTX 민영화하면 공공철도 사라진다”

쌍용차 범국민대회에 앞서 KTX 민영화 저지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박석운 KTX민영화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KTX 민영화는 국민을 속이는 꼼수 민영화”라며 “철도 안전위험·요금 폭탄·재벌 특혜·밀실 추진으로 국민들에게 고통만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가자들은 뜨거운 날씨에도 묵묵히 발언을 경청했다. 고양차량기지에서 근무하는 최광규(44)씨는 “철도가 분할되면 철도노동자들도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현장에 팽배하다”며 “이번에 (철도를) 지켜 내지 못하면 공공철도라는 이름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철도기관사 유아무개(40)씨도 마찬가지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현장의 인력과 예산이 많이 줄었다”며 “민영화를 하면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회사원 박현정(38)씨는 “정부는 철도노동자가 밥그릇을 챙기려고 민영화에 반대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런 식으로 노조와 시민을 싸움 붙이는 건 국민을 위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해고자 복직·국정조사 위해 “힘차게 투쟁하자”

모든 집회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가두행진에 나섰다. 14명의 쌍용차 해고자들은 박수를 받으며 ‘국정조사 실시·해고자 복직·비정규직 정규직화’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을 들고 선두에 섰다. 참가자들은 서울역광장에서 을지로 사거리까지 1개 차로를 이용해 2킬로미터를 행진했다.

주말 오후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열은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짜증을 내는 시민도 있었지만 이내 격려 목소리에 묻혔다. 한 시민은“진보는 느리더라도 꾸준히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버스를 기다리던 윤혜정(32)씨는 “오늘은 안 바빠서 (행진 때문에) 교통체증이 생겨도 괜찮다”며 “쌍용차 해고자들이 복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스페인 국적의 관광객 가리 멘디(Gari Mendi·37)씨는 “스페인에서도 유럽 금융위기 이후 대량해고가 발생해 남 일 같지가 않다”며 “쌍용차는 글로벌 기업인만큼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1시간 정도 행진하다 광교사거리에 이르러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에 가로막혔다. 일부 참가자들은 광화문으로 이동하려다 경찰과 충돌했다. 참가자들은 정리집회를 열고 “하반기 국정조사 실시와 복직을 위해 힘차게 투쟁하자”고 다짐했다.

윤성희 기자
구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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