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3일 활동을 마감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5공비리 청문회에 출석했던 전두환씨 이후 처음으로 증인선서를 거부한 인물이 됐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의 핵심증인으로 지목됐던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채택 불발, 새누리당 의원들의 증인 옹호 등으로 빛이 바랜 국정조사였지만 몇 가지 진실은 확인됐다 .

경찰청 폐쇄회로TV 자료에 의하면 국정원 여직원이 수십 개의 ID와 닉네임으로 온라인 사이트에 댓글을 남겼다. 경찰은 이 사실을 확인하고도 "국정원 댓글은 없다"는 수사결과를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16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청장의 수사축소·은폐 지시가 있었다.

국정원이 심리전단을 운영하며 온라인 댓글 활동을 했다는 사실도 남재준 국정원장의 발언으로 확인됐다. 이달 19일 열린 국정조사특위에 출석한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씨는 인터넷 댓글 활동에 대해 "정치 개입 또는 선거 개입이라는 인식을 갖고 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조사에서 누가 위증을 했고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국정원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여직원 김씨는 국정원의 댓글 활동을 "북한과 종북세력의 선전선동에 대응하는 목적으로 이뤄진 활동"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아무도 이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국정원의 종북세력 대응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검찰이 밝혀낸 김씨의 댓글 활동을 살펴보면 국정원의 향후 종북세력 대응활동을 짐작할 수 있다. 김씨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문죄인',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오크녀',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개XX', 노무현 전 대통령을 '뇌물현' 등으로 지칭하면서 비난의 글을 남겼다. "홍어 종자 절라디언들은 죽여 버려야 한다"며 지역감정을 부추기기도 했다. 민변의 분석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들과 민간인 보조요원들이 특정 사이트에 남긴 댓글 중 북한 관련 글은 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한마디로 야권을 비판하는 정치행위를 했던 것이다.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했던 국정원 직원들은 조자룡 헌 칼 쓰듯 "종북세력 대응"을 외쳤다. 대놓고 정치행위를 하는 국정원을 향해 야당은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다. 지적하지도 못했다. 분명한 것은 국정원이 마음대로 '종북'을 활용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정보기관의 공작정치 척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야당과 국정원 개혁을 외치는 촛불시민들이 '종북'이란 단어를 곱씹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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