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댓글 의혹사건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을 행사했다는 결정적인 증언이 나왔다.

국회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19일 국정원 전현직 직원과 경찰 관계자 등 증인 26명을 출석시킨 가운데 청문회를 실시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국정원 댓글 의혹사건을 수사 중이던 지난해 12월12일 김 전 청장이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는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지난 16일 국정조사특위에 출석해 권 전 과장에게 격려전화를 한 적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권 전 과장은 "사실이 아니라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다. 권 전 과장은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허위 수사결과 발표가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느냐"고 묻자 "대선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도로 하고, 중간 수사결과 발표행위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부정한 목적이었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국정원 댓글이 없다"는 지난해 12월16일 경찰 수사결과 발표가 갑자기 이뤄진 것이라는 정황도 나왔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광석 전 수서경찰서장은 "서울청에서 보도자료를 준비하라고 했을 때 댓글 증거가 있다와 없다는 자료 두 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김 전 청장이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자 새누리당은 권 전 과장을 향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조명철 의원은 권 전 과장을 향해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 경찰이냐"며 "왜 권 과장에게는 광주의 딸이란 말이 붙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은 경찰 수사결과 발표 직전 김 전 청장과 통화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적절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국장이 권영세 주중대사와 수시로 통화할 정도로 친분이 깊은 사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한편 이날 청문회는 국정원 직원 4명이 가림막 뒤에 착석한 것을 두고 여야 의원들이 찬반 공방을 벌이면서 오후에야 정상화됐다.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씨는 이날 "북한과 종북세력의 선전선동에 대응하는 목적으로 이뤄진 활동"이라며 자신의 댓글 작업을 정당화하면서도 댓글 활동의 구체적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피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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