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희 기자

네덜란드 본사의 구제금융으로 매물로 나온 한국ING생명보험의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MBK파트너스가 최근 선정되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동양생명도 노동자들이 모회사인 동양그룹에 인수실패 책임을 물어 계열분리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사무금융노조(위원장 박조수)와 ING생명지부(지부장 이명호)는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투기자본 MBK의 ING생명 인수 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MBK파트너스는 ‘먹튀’ 논란을 불렀던 론스타펀드 같은 사모펀드로 전형적인 투기자본”이라고 주장했다. 이명호 지부장은 “MBK파트너스가 노조와 상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보험 영업을 해 본 적도 없는 무경험자”라며 “100만명에 달하는 ING생명 계약자와 노동자를 위해서도 인수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부는 그간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기업에서 발생한 구조조정과 분쟁을 주목했다. 지부에 따르면 MBK는 HK저축은행과 C&M케이블을 인수한 뒤 직군분리 혹은 분사를 통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0년 인수한 C&M케이블의 경우 분사에 반대하는 노조가 설립되자 교섭을 회피해 결국 노조가 35일 동안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 지부장은 “MBK는 노조가 약하거나 없는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노조를 탄압하고 구조조정을 일삼았다”며 “노동자를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겼다”고 비판했다. 박조수 위원장도 “보험사는 생명보험업을 영위할 자격이 있는 사업자가 운영해야 한다”며 “사모펀드의 이익을 위해 단물을 빼먹고 노동자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자본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탈락한 동양생명에서는 모회사인 동양그룹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동양생명지부(지부장 김일영)는 이날 성명을 통해 “동양그룹이 무책임한 처사로 동양생명이 업계 상위로 성장할 기회를 날려 버렸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동양생명의) 대주주인 보고펀드가 ING생명 인수 무산 이유로 동양그룹의 비협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ING생명 인수 때 계열분리가 필수라는 것을 알고 있는 동양그룹이 이를 빌미로 대주주에게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인수가 무산되는 원인을 제공했다”며 “경영간섭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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