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부정수급 책임소재를 두고 의사업계와 건강보험공단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의료인의 환자확인 제도와 진료비청구시스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회보험개혁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위원장 성광)는 11일 성명을 내고 “의료인이 환자 본인확인 후 진료를 실시하는 건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수칙”이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이번 갈등의 발단은 최동익 민주당 의원이 의료(요양)기관 보험 본인확인 절차를 의무화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하면서 촉발됐다. 개정안은 부정수급자를 막기 위해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증을 제출한 수급자 본인 여부 확인을 의무화하고,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이를 놓고 전국의사총연합회를 비롯한 의사업계가 “진료 현실을 무시하는 탁상행정"이라며 전면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사업계는 “기본적으로 수급자 자격관리는 보험자에게 있는데 그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게다가 환자 본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환자와 의료인 간 불신이 쌓일 수 있고, 건강보험법도 가입자와 피부양자에 대한 자격 관리를 건강보험공단의 업무로 규정해놓고 있다는 것이 의사업계의 입장이다.

하지만 공대위에 따르면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기 전에 환자 본인을 확인하는 것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수칙이다. 공대위는 “이는 의료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윤리수칙"이라며 "실제 대만·독일·프랑스·벨기에 등 대부분 국가가 의료기관이 환자의 건강보험증과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의료인의 환자 본인 확인 의무를 법적으로 규정하되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벌은 일정기간 유예하고 △의료단체 스스로 윤리강령을 만들어 환자 본인 확인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공대위는 제안했다.

조창호 공대위 대변인은 “오랜 시간 논란이 돼온 건강보험 부정수급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며 “건강보험제도가 국민을 위한 제도로 지속발전 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조속한 합의도출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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