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근무나 야간노동에 시달린 노동자들이 뇌심혈관 질병에 대한 산재인정을 받기가 수월해질 전망이다. 근로복지공단이 이달부터 새롭게 바뀐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을 적용하기로 했다.

업무상질병 인정범위를 확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지난달 시행에 들어갔는데, 공단이 시행 한 달이 돼서야 지침을 개정한 것이다.<본지 7월2일자 "업무상질병 범위 넓어졌는데, 복지공단만 옛날 지침대로" 참조>

6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공단의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업무와 관련해 상사나 동료 또는 고객과 과도한 말다툼·폭행사건이 있은 지 24시간 안에 뇌심혈관질병이 발병한 경우 업무상재해로 인정된다.

개정 산재보험법이 트라우마를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함에 따라 공단은 이 같은 내용을 '돌발사건 또는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의 예시로 포함시켰다.

개정법의 핵심내용인 '만성과로' 인정기준은 노동계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개정법에는 업무시간 개념도 도입됐다.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할 경우 만성과로로 판단한다. 60시간을 초과하지 않아도 장시간 근로를 하거나 야간근무(교대제 포함)를 한 경우 업무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공단은 판정지침에 보다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담았다. 업무부담 과중요인으로 △야간근무 △교대제근무 △출장이 많거나 불규칙한 근무 △고온·저온 또는 소음이 발생하는 작업환경에서 업무를 명시했다. 이 밖에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의 평가기준도 제시했다. 예컨대 △고객과 큰 트러블이나 복잡한 노사분쟁 처리를 담당하는 업무 △과도한 달성목표가 있는 업무 △업무상 큰 실수를 하거나 비참한 사고나 재해를 목격한 경우 등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침의 초안에는 대기시간을 업무시간에서 제외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으나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공단은 올해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산재보험제도개선TF(업무상질병인정기준위원회)를 통해 판정지침 개정방안에 대한 노사정의 의견을 수렴했다.

공단의 지침은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사방법과 판단요령을 담은 것이다. 공단의 내부지침에 불과하지만 산재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공단의 지침 개정으로 지난해 말 현재 15.2%에 불과한 뇌심혈관질병 산재인정률이 얼마나 높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